▲ 체흐(왼쪽)가 루니의 슛을 막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페트르 체흐 골키퍼가 다시 한번 든든한 수비로 아스널의 승리를 이끌었다.

아스날은 8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후반 9분 그라니트 샤카, 후반 12분 대니 웰백의 골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격파했다.

맨유 주제 무리뉴 감독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선 유로파리그를 우승하거나 리그 4위 안에 들면 된다. 맨유는 셀타 비고와 4강 1차전을 이겨 유로파리그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리그 4위 진입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순위가 높은 3,4위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미끄러져야 역전을 바랄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에 무게를 싣기 위해 대거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강수를 뒀다.

전반전부터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맨유는 대거 후보 선수가 나섰지만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등한 경기가 벌어졌다. 경기 뒤 볼 점유율을 정확히 50%씩 기록했고, 슈팅은 각각 9개와 10개를 시도해 4개씩 골문 안쪽으로 보냈다. 터치 수(아스널 702-맨유 703)나 패스 수(아스널 525-맨유 529)도 거의 같았다. 골 결정력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바꿔 말하면 팽팽한 주도권 다툼 속에서 페트르 체흐, 다비드 데 헤아 두 골키퍼의 선방이 승패를 갈랐다.

맨유에 결정적 기회는 전반 32분 찾아왔다. 아스널 수비수들이 후방에서 압박을 당하다 결정적인 패스미스를 했다. 롭 홀딩은 앙토니 마시알이 따라붙자 중앙 쪽으로 패스를 했지만 체흐 골키퍼도, 로랑 코시엘니도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웨인 루니가 재빨리 공을 가로챘다. 대신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체흐는 빠르게 각도를 좁히며 나왔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루니의 슛은 체흐의 가슴을 때리고 골라인을 넘어갔다.

맨유가 기세를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아스널의 실수에서 시작된 찬스였다. 아스널은 최근 경기력 외에 정신적 측면에서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라이벌전이라는 특수성과 4위 다툼이란 중요한 고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스스로 무너질 수도 있었다. 루니가 득점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다. 체흐가 아스널을 살렸다. 그는 전반 5분에도 마시알의 슛을 빠르게 쳐 내며 안정적인 방어를 했다.


데 헤아도 안정적인 선방을 했다. 전반 9분 아론 램지의 슛을 걷어 냈고, 전반 31분 알렉스-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의 슛도 막았다.

그러나 후반 9분 샤카의 슛은 손쓸 수가 없었다. 안데르 에레라의 등을 맞고 톱스핀이 걸린 공은 데 헤아의 키를 넘어 뚝 떨어져 골망을 흔들었다. 팽팽한 대결에서 샤카의 과감한 선택에 약간의 운이 더해져 아스널의 승리로 이어졌다. 사실상 첫 번째 골이 승패를 갈랐다. 불과 3분 뒤 맨유 출신의 대니 웰벡이 머리로 추가 골까지 터뜨리면서 아스널의 승리가 확정됐다.

무리뉴 감독은 강한 수비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승리를 만들 줄 아는 감독이다. 2009-10 시즌 인터 밀란을 이끌고 유럽 무대를 정복할 때는 공격하는 처지에선 끔찍할 정도의 수비력과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위협적인 역습이 원동력이었다. 

맨유로선 일단 아낄 카드는 아끼면서 승리를 노려야 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전반 32분 체흐의 선방이 맨유의 '실리 운영'의 불씨를 꺼버렸다.

[영상] [EPL] 아스날 vs 맨유 3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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