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파주, 유현태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 팀은 1일 파주NFC에서 모여 국내에서 열리는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확정된 21명의 선수들은 30여 명의 취재진은 짧은 시간이지만 소감과 각오를 들었다.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답게 수줍은 선수도, 톡톡 튀는 재치로 자신감을 내비친 선수들도 있었다.

1. "목표는 최소 4강" 내친 김에 우승까지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 유난히 부담감이 클 만도 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입을 모아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고 다른 선수들도 주저없이 최소 4강을 목표로 꼽았다. 신 감독이 "8강 이상은 가야할 것"이라고 했으니 가장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 남자 축구는 FIFA 주관 대회에서 2차례 4강에 오른 경험이 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 축구대회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1997년과 1998년생이 주축을 이룬 이번 대표 팀은 2002년의 감동을 잘 모르는 세대다. 그러나 찬란했던 역사를 다시 한번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강했다. 우찬양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재연하겠다"고 힘줘 말했고, 한찬희도 "한국 축구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U-20 월드컵도 2002년 월드컵처럼 한국 축구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2. 꼭 이기고 싶은 팀, "아르헨티나! 마라도나가 웃었다"

수비수 김민호는 조별 리그에서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 아르헨티나를 뽑았다. 조 추첨 당시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직접 아르헨티나를 뽑아 한국과 같은 조에 배정되자 웃음을 내비쳤다. 김민호는 "마라도나가 웃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해야 하나… 꼭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싶다.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 수비수 정태욱 역시 "U-20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인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싶다"며 김민호와 입을 모았다.

꼭 이기고 싶은 상대로 꼽힌, 또다른 상대는 기니였다. 이승우는 "기니전부터 쏟아붓겠다. 1경기, 1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찬희, 임민혁, 이상헌 등 다른 선수들도 첫 경기인 기니전이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 이승우 ⓒ대한축구협회

3. "저요!", "저요!" 공격수들의 첫 골 욕심

이승우, 조영욱, 하승운, 이상헌까지 공격을 이끄는 선수들이 한 조로 움직이며 취재진을 만났다. 첫 골을 누가 터뜨릴 것 같냐고 묻자, 하승운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솔직히 저다. 느낌이 온다"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승우도 "제가 넣을 것 같다"며 맞불을 놨고, 조영욱은 침착하게 "지난 4개국 대회에 못 넣었으니 이번엔 꼭 내가 넣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사이에 낀 미드필더 이상헌만 "(이)승우 컨디션이 좋으니 승우가 넣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수의 넘치는 골 욕심은 나쁠 것이 없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누구든 골을 넣어 승리하면 좋은 것이 아닌가.

골을 넣으면 신나는 골 뒷풀이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승운은 "세리머니 준비를 많이 했는데 골을 못 넣어서 계속 뒤로 밀렸다. 빨리 넣어야겠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풀었다. 이승우도 "아직은 준비한 게 없지만, 대회 2,3일 전부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언제나 개성 넘치는 골 세리머니로 주목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몇 번이나 골망을 흔들고 팬들을 골 세리머니로 즐겁게 할까. 하승운의 밀린 세리머니들도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4. '아버지, 옆집 친구 아버지, 삼촌, 감독' 신태용 감독의 네 얼굴

수비수 윤종규는 신태용 감독을 "아버지라고 표현했다. 축구 내,외적으로 잘 챙겨주신다"면서 '지극정성'이란 표현까지 했다. 감동적인 대답이었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에겐 과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골키퍼 안준수는 "같은 동네 살다보면 옆집, 윗집 알게 되지 않나. 옆집 사는 친구 아버지 같은 분"이라면서 편안한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골키퍼 이준 역시 "아버지는 좀 아닌 것 같다"면서 "삼촌에 가깝다. 장난도 치시고 늘 피드백도 좋은 쪽으로 해주신다. 친한 삼촌"이 적당하다고 표현했다. 

골키퍼 송범근은 "감독님은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드백도 잘 주시고 좋은 선생님"이라면서 "좋은 지도자 아래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지도자에 대해 이렇게 편안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 벽이 없다는 장점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즐기는 축구

백승호는 "감독님이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하셔서 자신을 갖고 할 수 있다. 경기장 밖에서나 안에서나 즐겁다"며 신 감독의 강점을 설명했다. 측면 공격수 강지훈도 "감독님이 실수해도 도전하라고 자신감을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이진현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선수들도 경기하면서 즐겁다"면서 신 감독의 '즐기는 축구'가 좋다고 했다.

선수들은 신 감독 축구에 푹 빠졌다. 패스 위주의 공격 축구와 즐길 수 있는 환경 모두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신 감독도 "선수들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했다"면서 "선수들을 내 뜻대로 하기 보단 선수들이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즐기는 축구는 그의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신 감독은 이어 "감독이 많이 참고 있다. 마음이 시커멓게 타는 부분도 있다"며 웃은 뒤 "선수들이 기죽지 않게 옆에서 응원해주고 있다"며 끝까지 즐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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