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즐기는 대구FC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유현태 기자] 수비에서 시작되는 대구의 축구는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대거 주전이 결장한 경기에서 모두 함께 수비하고 역습하면서 서울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대구FC는 30일 '블루아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 FC서울과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주전이 대거 빠진 경기였다. 대구는 공격의 핵심 세징야와 레오가 각각 내전근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박세진, 신창무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손현준 감독은 경기 전 "주전 선수가 없는 경기도 해봐야 한다.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경기가 오히려 하나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였지만 대구는 오히려 더 끈끈했다. 수비가 힘이었다. 레오와 세징야, 공격의 두 축을 잃은 상태에서 손 감독은 3명 미드필더진을 평소보다 수비적으로 꾸렸다. 김선민과 애재권과 함께 우상호가 투입돼 공격보단 수비적 측면에서 힘을 보탰다. '팀'으로서 수비한 대구는 역습과 세트피스로 공격에 방점을 찍고 서울을 꺾었다.

▷ 수비부터 시작되는 대구의 축구

손 감독은 경기 전 "수비 폭을 좁혀 공이 지나는 길목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대구는 좌우로 크게 흔들려고 한 서울을 따라 수비 형태를 유지하며 움직였다. 전반 10분까지 서울은 후방에서 빈틈만 찾아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이 점차 해결법을 찾아 움직였다. 박주영이 폭넓게 움직이면서 수비 형태를 흩뜨리고 주세종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전반 13분과 전반 19분 원터치 패스를 이어 가며 찬스를 만들었지만 대구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수비했다. 전반 25분 김치우의 프리킥 때 곽태휘를 놓쳐 위기를 맞았지만 헤딩슛이 골대를 맞는 행운이 따랐다.

그리고 대구의 시간이 왔다. 전반 37분 오른쪽 측면에서 패스플레이로 찬스를 만들었다. 정우재가 수비수 황현수와 몸싸움에서 이기고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의 에반드로가 쉽게 밀어 넣었다.

▲ '전주'에서 보던 세리머니 같은데… 에반드로 멀티 골 작렬. ⓒ한국프로축구연맹

▷ 선제골은 대구의 힘

선제 득점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내세운 대구에겐 큰 힘이 됐다. 서울이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할수록 그리고 전진할수록 대구가 역습할 찬스가 늘었다.

전반을 뒤진 채 마친 서울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현수를 빼고 이석현을 투입했다. 포메이션도 4-1-4-1 형태로 바꿨다. 박주영과 윤일록이 측면으로 이동했다. 후반 10분엔 황기욱을 대신해 마우링요를 교체 투입했다. 공세 강화의 의미였다.

대구는 후반 12분 김진혁을 빼고 김대원을 투입했다. 서울이 공세를 강화하자 역습을 더 적극적으로 노리기 위해 보다 빠른 선수를 투입했다. 

효과는 빨리 나타났다. 후반 14분 역습이 시작되자 김대원이 혼자 공을 끌고 페널티박스까지 접근해 강력한 중거리슛을 날렸다. 서울 유현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코너킥으로 연결돼 추가 골의 시발점이 됐다. 김선민의 코너킥을 에반드로가 머리로 마무리하면서 두 번째 득점을 터뜨렸다. 경기 분위기로 봤을 때 사실상 경기를 결정지은 득점이었다.

▷ 손현준 감독 "버티려면 다같이"

대구의 의지와 경기 전략이 잘 맞아든 경기였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었다. 서울의 공세를 묵묵히 견디던 대구가 후반 36분 실점했다. 데얀을 박태홍이 잡아끌어 페널티킥을 줬다. 서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으니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박태홍이 데얀을 잡아끈 것 자체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박주영의 침착한 파넨카 킥엔 조현우 골키퍼도 속수무책이었다.

대구는 이번 시즌 13골을 허용했는데 후반에만 9실점을 했다. 그래서 이기고 있던 경기를 여러 번 놓치기도 했다. 손 감독도 역시 경기 뒤 후반전 실점이 많다는 문제를 짚었다. 손 감독은 손 감독은 "어쨌든 후반에 실점했다"고 하며 "이기고 있을 땐 수비 라인이 물러나는 경향이 있다. 미드필더도 물러난다.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클래식과 챌린지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선수들이 몸으로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비적으로 나아질 점이 있다고 했다. 

대구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보다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한 발전 과정에 있다. 손 감독은 "포항, 제주 2연패는 했지만 경기력이 나쁘진 않았다. 대구는 한 게임의 중요성보다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거물 선수 영입' 없이 클래식에 도전한 대구의 시즌 농사는 결국 ‘원 팀’의 힘에서 판가름이 나게 돼 있다. 손 감독도 "공격수 에반드로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고, 또 역습 때는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며 "모두가 함께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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