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우)규민이 형, 권오준 선배가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아, (차)우찬이 형한테는 절해야 해요."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최충연이 4이닝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팀이 4-0으로 앞선 5회 최충연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지석훈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경기할 때 전광판을 안 보는데 투구 수 보려고 확인하다가 5회 1사인 것을 확인했어요. 갑자기 2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이 되잖아요. 심장이 갑자기 뛰는 거예요. 신인 지명 받을 때보다 더 떨렸어요. 처음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는 거니까. 평정심, 평정심하고 마음속으로 외쳤어요."
최충연이 되뇐 마음속 외침은 몸에 닿지 않았다. 볼넷-볼넷-사구를 기록하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이종욱에게 2타점 적시타, 이상호에게 2타점 동점 2루타를 맞았다. "진짜 4회까지는 (권)정웅이 형이랑 둘이서만 야구한다는 느낌이었어요. 마음도 가벼웠고요. 그런데 아웃 2개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몸에 힘이 들어가고 욕심이 생겨서 갑자기 안 됐어요. 정말 재미있었는데…."고 아쉬워했다. 4회까지 6탈삼진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최충연 호투는 5회 1사에 단번에 무너졌다.
김한수 감독은 "5회 힘 들어간 게 보였다.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고 했다. 최충연은 "진짜 많이 됐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충연은 "권오준 선배가 말씀해주신 게 생각이 왜 안 났을까요"라고 말했다.
어떤 말인지 묻자 "지난 롯데전에서 제가 5이닝을 못 채웠는데 내려와서 선배가 말해주셨어요. '왜 볼이 되는지 아냐?'라고 하시면서 '힘이 들어가서 그래. 선발투수는 위기가 한 번씩 오는데 거기서 힘을 빼는 게 베테랑이고 힘을 주는 게 신인이야. 베테랑은 힘 빼고 가운데로 던져'라고 말씀해주셨어요"라며 좋은 말을 해준 권오준 말을 마운드에서 기억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최충연은 이어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우)규민이 형도 좋은 말 많이 해주세요. 평정심을 많이 강조하세요. 선발투수들은 1회와 5회가 중요하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내 공을 믿고 배짱 있게 던지면 못 친다는 말도 해주셨어요"라며 우규민에게 조언을 듣고 '선발투수 경험치'를 쌓고 있었다고 했다.
"아, (차)우찬이 형한테는 절해야 해요. 절." 갑자기 생각난 듯 최충연은 지난 시즌까지 함께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뛴 LG 트윈스 차우찬 이야기를 했다. "포크볼하고 슬라이더를 우찬이 형한테 배웠어요. 포크볼은 팔 스윙이 빨라야 잘 먹힌다고 말해줬어요"라며 "정말 잘 배웠습니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충연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던지는 투 피치 투수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 시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130km대 포크볼을 장착했다. 21일 경기에서는 커브는 단 9개를 던졌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포크볼에 NC 타자들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다. 차우찬이 삼성에 남기고 간 유산이 최충연이 던지는 슬라이더-포크볼인 셈이다.
자신이 갖고 있던 140km 후반대 빠른 볼과 커브에 리그 최고 '이닝 이터' 투수가 전수한 변화구, 경험 많은 베테랑 선배들의 조언과 본인이 몸소 체험한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 삼성이 원하고 기대하던 오른손 정통파 선발투수 최충연이 나날이 투구 내용이 좋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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