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현준 기자] UCL 8강 1차전 결과에 만족한 대가는 뼈아팠다. 결국 레스터 시티(이하 레스터)는 UCL 2차전에서 무승부로 첫 UCL을 8강에서 마무리했다.

레스터는 19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6-20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후반 16분 제이미 바디의 동점 골로 AT 마드리드에 1-1로 비겼다. 그러나 합계 1-2로 뒤지면서 UCL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3일에 펼쳐진 두 팀의 UCL 8강 1차전에서 레스터는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꺼냈다. 공격은 철저히 역습에 의존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AT 마드리드의 공격을 막는데 투자했다. 실점을 최소한으로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날 경기는 앙투앙 그리즈만의 골로 레스터가 0-1 패배를 당했으나, 실점이 단 한 골에 그쳤으니 수비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비록 원정 골을 뽑지 못한 부분은 아쉬우나 2차전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였다.

그런데 레스터는 스페인 원정에서 1실점을 거둔 성과를 과대평가했다. 홈에서 치르는 UCL 8강 2차전에서도 로베르토 후트가 결장한 자리를 모건이 대신한 걸 제외하면 1차전과 똑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선수단 구성에 변화를 줄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전술 면에선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레스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라인을 밑으로 내렸고, 공격은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에게 의존했다. 덕분에 AT 마드리드는 전방 압박을 펼치며 마음 편히 중원을 장악했다. 1차전의 재연이었다.

소극적인 자세로 나선 레스터가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리 없었다. 바디와 오카자키는 AT 마드리드의 수비진에 막혀 아무런 위협도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호세 히메네스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레스터가 공격을 펼칠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설상가상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는 정확도가 크게 낮았고, 마레즈는 실수와 무리한 플레이로 볼을 뺏기는 장면이 잦았다. 전반 34분 마레즈의 슛은 빗맞으면서 얀 오블락에게 힘없이 굴러갔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레스터는 벤 칠웰과 레오나르도 우조아를 투입하며 스리백으로 전환, 지금까지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왼쪽 풀백으로 나선 칠웰은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페널티 박스까지 침투해 여러 차례 슛으로 AT 마드리드를 위협하기도 했다. 우조아는 바디와 투톱을 형성하며 최전방에 힘을 실었다.

공격적인 선택은 결국 득점으로 이어졌다. 경기에 투입된 후 연신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여준 칠웰이 레스터에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16분 칠웰의 슛이 굴절되면서 바디의 앞으로 흘렀고, 바디가 볼을 밀어 넣어 이 경기 동점 골을 뽑아냈다. 레스터의 승리를 위해선 앞으로 2골이 더 필요했다.

뒤늦게 불붙은 레스터의 공격은 AT 마드리드를 위협하기 충분했다. 우조아가 투입된 후 바디는 예리해졌고, 칠웰이 있는 왼쪽은 AT 마드리드의 오른쪽을 수시로 흔들었다. 하지만 레스터의 화력은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정적인 상황마다 AT 마드리드의 수비에 막히며 UCL 8강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영상] '동화 끝' Goal's - 레스터시티 vs AT마드리드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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