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이 1루 수비 훈련을 하는 모습.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국민 타자' 이승엽(41.삼성)이 1루수 미트를 끼고 마지막 시즌을 시작한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2017년 시즌을 마지막 시즌이라고 선언한 상황. 몇 가지 목표와 함께 마지막을 장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가 '많은 홈런' 이었고 두 번째는 1루수로 100경기 이상 출장하는 것이다.

마흔이 넘은 그에게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바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승엽은 1루라는 포지션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만큼 이승엽에게 1루는 매우 특별한 자리다. 그가 처음 프로 야구에 입문했을 때 맡았던 보직이다. 1루 베이스 위에 다시 한번 서서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는 것이 이승엽의 바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1루수란 어떤 자리일까. 

우선 이승엽은 "예전에는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주로 1루를 맡았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수준급 좌타자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할 일이 정말 많은 자리가 됐다"는 말로 1루수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의 말 처럼 한국 프로 야구는 수준 높은 좌타자들이 즐비한 리그다. 그만큼 1루와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가 많이 날아 온다.

핫 코너로 불리는 3루 못지않게 많은 총알 같은 타구들이 1루쪽을 향한다. 또한 우익 선상으로 빠지는 타구도 많다. 몸을 날려 잡아내거나 우익수가 잡은 공을 릴레이하는 트레일러 맨으로서 구실도 해야 한다. 긴장을 늦출 수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표정 변화 없이 임무를 다하는 것이 그것이다. "1루수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자리"라고 정리했다. 수비 능력보다 앞선 것이 바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승엽은 "1루수는 수없이 많은 송구를 받아 내야 한다. 이때 표정 관리가 중요하다. 어려운 송구를 잡았다고 티를 내선 안된다. 좋지 않은 공이 날아왔을 때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받아 줘야 한다"며 "잘못된 송구는 던진 선수가 먼저 안다. 하지만 이럴 때 1루수가 편안하게 잡아 주면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1루수가 티를 내면 다음 송구 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최대한 편안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 공을 받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에게 야구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야구란 혼자 잘난 척해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승엽은 표정 하나를 관리하는 것에서 부터 그 진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수비하는 이승엽의 무표정 속에는 야구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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