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현이 '보이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sidusHQ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백성현(28)은 열변가였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보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쏟아냈다. 그만큼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했을 터. 그렇기에 백성현이 연기한 심대식은 ‘보이스’ 시청자들과 작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백성현은 지난 12일 종영한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 제작 콘텐츠K)’에서 형사 심대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보이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 분)가 범죄해결률 전국 최저라는 성운지청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에 근무하며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연쇄 살인자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평균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백성현은 “‘보이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 예상을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방송 전 팬들을 모시고 시사회를 했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긴 했다. 비명도 나오고 극중 무진혁(장혁 분)이 복님이(전수진 분)를 구하자 환호성이 나왔다. 저희도 처음 봤을 때인데 재미있게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인데다, 장르가 너무 세지 않나. 사람이 죽어나가고 잔인한 부분이 있어서 우려하기도 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보이스’의 인기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백성현은 “동료 배우들로부터 받는 칭찬이 특히 기분 좋았다. 지인들이 ‘보이스’를 보고 오랜만에 드라마다운 드라마를 봤다거나 재미있게 봤다고 말해주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 인정받는 느낌이었고 신나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백성현은 ‘보이스’ 관련 기사나 온라인 반응도 모두 살펴봤다. 때로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정답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단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순히 보고 즐거워하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추리를 하더라고요. 피드백도 활발했고요. 다들 김전일과 코난이 되어서 추리하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었어요. 때로는 ‘그건 아닌데’라고 말해주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스포일러는 하지 않았습니다.(웃음) 극중에서 (장)혁이 형이 ‘대식아’라고 제 이름을 부르잖아요. 그걸 따라하시더라고요. 15회에서도 제가 모태구(김재욱 분)에게 잡혀가니까 ‘대식아~’라고 주르륵 댓글을 남기는데 웃기더라고요.”

▲ 백성현이 '보이스' 심대식은 시청자들 덕분에 살아났다고 밝혔다. 제공|sidusHQ
백성현은 가장 힘들었던 신으로 할매집 신을 꼽았다. 이는 극중 자신이 아끼던 심대식이 ‘빨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무진혁이 왜 그랬냐며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 백성현은 “할매집신이 가장 힘들었다”며 “창고신은 감정이 올라와있는 상태에서 쏟아내면서 한 번에 찍었다. 다들 ‘오케이’가 바로 났다”고 밝혔다.

백성현은 “김재욱 형님과는 솔직히 현장에서 할 말도 없었다. 형님은 완벽하게 모태구라는 인물을 구축해놓은 상태였고, 저는 슈퍼맨 무진혁과 슈퍼빌런 모태구 사이에 있는 보통 사람 심대식으로 쌓아온 감정들을 풀어내면 됐다”며 “심대식은 사실 멋있지 않았다. 하지만 굉장히 인간적이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보다 대식이의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대식이랑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 같다는 반응이 정말 기분 좋았죠.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말려들어간 대식이를 작가님이 잘 만들어주셨고, 저도 장혁 형님과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었기에 뿌듯했어요. 사실 모태구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캐릭터죠. 그런데 심대식이 자신을 린치한 모태구를 두려워하면서도 희생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식이가 멋진 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뼛속까지 형사였다는 느낌이 들었죠.”

백성현은 모태구로 인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심대식을 연기할 때 학대 받은 강아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특별히 김재욱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각자의 역할에 몰입했기에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백성현은 “제가 ‘살려주세요’라는 대사를 하면서 빌 때, 김재욱 형님은 진짜로 죽이고 싶었고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몰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백성현은 자신이 ‘빨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그렇기에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마진원 작가에게 대식이의 전사(前使)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단다. 마진원 작가는 종이 한 장 분량에 심대식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줬다. 이를 토대로 백성현은 자신만의 심대식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장혁 형님과 감독님과 계속 상의하고 생각하고 몰입했다”며 “좋은 배우, 제작진과 함께해서 심대식이 나왔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연기를 했어요. 사실 심대식이 남상태(김뢰하 분)와 만나는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셔요. 원래 보통은 반감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있게 되면 술도, 물도 잘 마시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심대식은 남상태와 꽤 오랜 시간 만났어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술을 마셨죠. 그런 디테일한 부분들까지도 살려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 백성현은 '보이스'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제공|sidusHQ
백성현은 ‘보이스’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대식이는 사실 죽는 걸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저한테 ‘어떻게 죽을래’라고 물어봤다. 화형, 수장, 능지처참 중에 고르라고 하더라. 그래서 당연히 죽을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 줄 몰랐다. 작가님이 종방연에서 농담으로 ‘대식이를 죽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해서 살렸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백성현은 무엇보다 함께 호흡을 맞춘 장혁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백성현은 “늘 주변에서 형에 대해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에 함께하면서 느낀 건 ‘과소평가’된 배우라는 점이다. 배우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왜 사람들이 ‘장혁, 장혁’하는지 알겠더라. 이번에 형이랑 하면서 조언도 많이 들었다. 저는 그동안 혼자서 고민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형이랑 하면서 너무 편했고, 고민과 갈등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할 선배가 생겨서 너무 좋다. ‘보이스’는 정말 내게 많은 걸 줬다”고 고마워 했다.

‘보이스’는 빠듯한 일정으로 ‘회식’ 한 번 못했다. 하지만 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화기애애했다. 백성현은 “희한한 현장이었다. 정말 화기애애했다. 다들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고,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다. 감독님이 중심축을 잘 잡아줬다. 불만도 없었고, 장혁 형도 최선을 다했다. 저희들도 형의 모습을 보면서 군말 없이 따라갔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보이스' 백성현이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제공|sidusHQ
지난 1994년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통해 데뷔한 백성현은 어느새 23년차 배우가 됐다. 백성현은 “배우로 살면서 성장통은 없었다”면서도 “제가 의심이 많다. 난 재능이 있는가, 나의 길인가, 의심했다. 뒤도 돌아봤고 좌절도 했다. 그런 슬럼프를 극복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왜 나는 이것 밖에 연기하지 못하나 자책하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그런 슬럼프를 극복하는게 쉽지 않다.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을 만나면서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백성현은 “‘보이스’를 찍으면서 너무 신났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며 “아직은 드라마 끝난 게 실감이 안 난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서 카페에 앉아있으면 실감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제가 농구를 좋아한다. 물욕은 없는데 유일하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농구화를 산다. 농구화를 사서 진열하는 건 아니고, 농구화를 신고 운동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이스’를 찍으며 너무 행복했다는 백성현. 그는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로 좋은 배우가 되기를 꿈꾼다. 최근에는 악역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고 밝힌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종방연에서 작가님과 PD님이 저보고 ‘악역 하면 잘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팔랑귀예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긴 해요. 모든 배우의 로망이지 않을까요. 요즘에는 드라마의 꽃이잖아요. 약간 흐름인 것 같기도 해요. 태양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게 지잖아요. 태양이 뜨기 전에 가장 어둡기도 하다고 하고요. 제가 영화 ‘다크나이트’를 재미있게 봤어요. 조커라는 완벽한 악당이 있었기에 ‘다크나이트’가 됐어요. ‘보이스’에는 모태구와 무진혁이 있어요. ‘다크나이트’에서도 조커가 ‘네가 나를 완벽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요즘엔 악역이 주인공을 잠깐 멋있게 만들어주고 사라는지는게 아니라 악역이 공고할수록 주인공이 빛나잖아요. 그런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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