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현진이 한참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물론 그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했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0개의 공을 던지면 마음먹은 대로 들어가는 공은 5개 정도가 될까 말까이다.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 실투로 몰리는 것도 10%는 넘는다."

클레이튼 커쇼가 "그는 자다가 그냥 일어나 던져도 원하는 제구를 할 수 있다"고 칭찬했던 류현진의 제구력이다. 그런 그도 절반 정도는 컨트롤이 어렵다고 했다. 크게 맞을 수 있는 공도 10% 넘게 나온다고 분명히 말했다.

한화 투수 배영수는 16일 대전 넥센전서 4이닝 동안 2개의 안타를 맞으며 1점만 내주는 좋은 투구를 했다.

4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수는 41개에 불과했다.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 구속 143km까지 나왔고 41개의 공 가운데 직구(10개) 슬라이더(17개) 체인지업(8개) 포크볼(4개) 커브(2개)를 던졌다.

배영수는 경기 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다만 슬라이더 2개가 실투가 됐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17개를 던지는 과정에서 2개가 손에서 빠져 실수가 됐다는 뜻이다. 대략 10% 정도 되는 실투 확률이다. 류현진의 경우에 비춰 봤을 때 매우 좋은 수준의 실투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배영수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2개의 실수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영수는 "아무래도 실전에 대한 부담이 큰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실수가 좀 더 나올 수 있다. 2개의 실투가 많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만족할 수 없다. 올 시즌 슬라이더를 다시 무기로 삼게 된 만큼 좀 더 확률 높은 승부구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전성기 시절 배영수를 만들어 준 구종이다. 주로 옆으로 휘는 일반적인 슬라이더와는 달리 종으로 떨어지는 각도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 이후 조금씩 그의 슬라이더는 무뎌져 갔다. 확실하게 꺾이는 대신 쓱 밀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홈런을 가장 많이 내준다는 행잉 슬라이더 궤적을 그렸던 것이다.

그러나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통증이 사라진 후 다시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성기에 뿌렸던 슬라이더의 감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배영수가 "올 시즌 승부는 슬라이더"라고 공언하고 있는 이유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을 수 있는 제구와 스트라이크존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궤적이 모두 가능할 수 있도록 무기를 가다듬고 있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부터 시범 경기를 거치며 기대는 조금씩 희망이 되고 있다.

배영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붙어 보고 있다. 슬라이더가 좋아지고 있지만 실수를 더 줄이고 싶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을 때 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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