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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②]파리? LA? 도쿄 정벌한 어펜져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맏형만 함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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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준 기자
기사승인 2021.08.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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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펜싱 어벤져스’ 김정환과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왼쪽부터)이 7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났다. ⓒ고양,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양, 고봉준 기자] 어렵게 한자리로 모인 펜싱 어벤져스는 도쿄올림픽 이야기가 나오자 인터뷰도 잊은 채 저마다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선수촌 내 최대 화제였던 ‘골판지 침대’부터 아쉬웠던 개인전 결과와 감동으로 가득했던 단체전 우승까지. 함께할 때 더욱 강한 펜싱 4형제는 이제 다음 올림픽을 향해 시선을 고쳐잡았다.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일궈낸 ‘헐크’ 김정환(38)과 ‘아이언맨’ 구본길(32·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토르’ 김준호(27·화성시청), ‘캡틴 아메리카’ 오상욱(25·성남시청)을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만났다.

2012런던올림픽의 뒤를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은 귀국하기가 무섭게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실력 그리고 훤칠한 외모, 끈끈한 팀워크가 더해져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덕분이다. 비록 달콤한 휴식은 잠시 뒤로 미뤘지만, 미소에는 여유와 행복이 흘러넘쳤고,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피곤함도 잊은 채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도쿄올림픽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레 다음 올림픽으로 이어졌다. 3년 뒤 열릴 파리 대회. 어펜져스는 3년 뒤에도 함께할 수 있을까.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둘째 구본길은 “우리 맏형님은 내가 어떻게든 파리까지 끌고 갈 생각이다”며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막내 오상욱은 “맏형이 2028년 LA 대회까지 뛴다면 4연패도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이를 조용히 맏형 김정환은 “내 선수 환갑잔치를 파리에서 할 생각이냐”며 동생들을 쳐다본다. 물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 구본길과 김준호, 오상욱(왼쪽부터)이 7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고양, 곽혜미 기자
◆“5년을 준비했는데 5분 만에 끝나는 기분이랄까”

-도쿄올림픽 개인전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결과가 조금 아쉬웠다.
김준호 : 개인전을 뛰지 않은 내가 봤을 땐 그래도 (오)상욱이가 세계랭킹 1위였으니까 기대가 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포커스가 상욱이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부담이 됐나 보더라.
오상욱 : 개인전이 끝나고 30분 정도는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단체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도쿄로 오기 전부터 단체전이 승부가 더 된다고 생각했던 터라 마음을 빨리 다잡을 수 있었다. 형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구본길 : 아쉽다고 표현도 못 하겠다. 개인전은 게임조차 되지 않았다. 5년 준비한 내용이 5분 만에 끝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동료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동료들이 힘을 줬다.

-그래도 맏형 김정환이 감동의 동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전 승리 직후에는 눈물도 흘렸는데.
김정환 :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개인전을 뛰었다. 큰 욕심이 없었다. 개인전에선 후회되는 경기만 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훗날 내가 40대, 50대가 돼서도 ‘그때 더 잘할 걸’이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김준호 : 나는 개인전을 뛰지 못했지만, (김)정환이 형이 잘해줘서 괜히 뿌듯했다.

-개인전의 아쉬움을 단체전 우승으로 풀었다.
김정환 : 사실 개인전이 끝나고 몸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동생들이 이를 알아차리고는 ‘형,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쇼’라며 용기를 줬다. 그때서야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다. 아, 개인전 이야기를 할 때 잠시 빼먹었는데 경기 내내 (구)본길이가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줘서 동메달까지 따낼 수 있었다.
구본길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환이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이번 도쿄올림픽을 차례로 제패한 펜싱 어벤져스. ⓒ게티이미지
◆4형제 군기반장은 김준호…“형인 우리도 무서워요”

-한국 펜싱, 특히 남자 사브르는 단체전에서 더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팀워크 비결이 궁금하다.
김정환 : 내가 대표로 이야기하겠다. 동생들이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까(웃음). (후배들을 쳐다보며) 나도 첫 올림픽 때는 그랬어. 2012런던올림픽에선 나와 여기 본길이 그리고 원우영 선배와 내 동기 오은석이 함께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두 자리 공백이 생겼다. 과연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지만, 이렇게 훌륭한 동생들이 빈자리를 채워졌다. 9년 전 못지않는 국가대표가 그렇게 탄생했다.

-그렇다면 막내 오상욱에게 묻겠다. 가장 무서운 형이 궁금하다.
구본길 : (웃으면서) 그 형이 누구인지 내가 먼저 떠올랐다.
오상욱 : (김)준호 형이다.
구본길 : 준호는 형인 나도 무서워.
오상욱 : 준호 형은 분위기를 잡는 스타일이다. 여기에선 조교로 불린다. 그런 몫을 잘 소화해준다. 동료들의 마인드를 다잡아주는 형이다.

-반대로 가장 편한 형은 누구인가.
오상욱 : 가장 편한 형은 정환이 형이다. 5년 정도 룸메이트로 지냈다.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이는 띠동갑 넘게 차이가 나는데도 언제나 편하게 안부를 묻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면 둘째 구본길은 어떤 형인가.
오상욱 : 본길이 형은 과거 진천선수촌에서 잠시 자리를 비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훈련을 했는데 왜인지 기분이 안 나더라. 어떻게 오늘 하루를 보낼지조차 막막했다. 그런데 본길이 형이 다시 돌아오니까 분위기가 싹 바뀌더라. 분위기를 재밌게 해준다. 형만의 매력이다.
김정환 : 본길이는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다. 그로거 보니까 준호만 검은색 옷을 입었네?
김준호 : 내가 악마인가? 하하. 사실 훗날 드라마나 영화 출연 기회가 주어진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기는 하다.

▲ 이제 2024파리올림픽을 목표로 뛰는 펜싱 어벤져스. ⓒ고양, 곽혜미 기자
◆“단체전 4연패? 맏형만 뛰어주면 충분히 가능하죠”

-도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다음 올림픽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정환 : 도쿄올림픽이 엊그제 끝났는데 다음 올림픽을 벌써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일단 작게는 국내대회, 크게는 아시아권 국제대회를 생각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사실 목표가 있어야 몸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일단 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뛰겠다.
구본길 : 나는 정환이 형을 다음 올림픽까지 끌고 갈 생각이다. 정환이 형이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한다.

-팬들은 2028LA올림픽까지 어펜져스를 보고 싶으시다고 하던데.
김정환 : 환갑잔치를 LA에서 해야 하나(웃음)? 뭐든지 확실한 것은 없다. 훌륭한 동생들과 훈련을 해서인지 내가 내일모레 마흔인데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동창회를 가야 느낀다. 이렇게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은 동생들 덕분이다. 내 모든 노하우를 동생들에게 다 전수한 뒤 은퇴하고 싶다.
오상욱 : 정환이 형이 LA까지 뛴다면 단체전은 4연패까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어펜져스를 응원해준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정환 : 그동안 우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남은 다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구본길 :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가 조금이나마 힘을 드린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2024파리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준비하겠다.
김준호 :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코로나19가 아직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데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우리도 응원하겠다.
오상욱 : 국민 여러분들께서 응원해주셔서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펜싱은 물론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지금 어딘가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뜨거운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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