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데뷔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진 이의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류현진(34·토론토)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세계무대에 눈을 뜬 대회였다. 당시 3년차였던 류현진은 대표팀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고, 2년차였던 김광현은 숙적 일본을 상대로 연달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선수는 올림픽에서의 값진 경험, 그리고 금메달이라는 자신감까지 등에 업고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13년 뒤, KBO리그의 미래가 다시 올림픽 무대에 등장했다. 그것도 류현진 김광현보다 더 어린 나이였고, 녹아웃 스테이지라는 부담감까지 안았다. 하지만 이의리(19·KIA)는 중압감 넘치는 상황에서도 힘을 내며 분전했다.

이의리는 1일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도미니카 공화국(이하 도미니카)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선전했다. 5이닝 동안 74구를 던지며 홈런 하나를 포함해 안타 4개를 맞는 동안 삼진은 9개나 잡아내며 시원시원하게 던졌다. 비록 팀 타선이 도와주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은 없었으나 이의리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도미니카에 현역 메이저리거는 없었다. 그래도 호세 바티스타, 멜키 카브레라를 비롯해 왕년의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몇몇 있었다. 여기에 현재 메이저리그 더블A나 트리플A에서 뛰는 선수들도 끼어 있었다. 만만히 볼 타선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의리도 긴장한 듯 1회 시작부터 연속 안타와 폭투로 1점을 먼저 내줬다. 하지만 이후로는 탈삼진 쇼를 펼치며 KBO 미래의 패기를 보여줬다.

140㎞대 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 그리고 주무기인 슬라이더 모두 괜찮았다. 우타자도 적극적인 몸쪽 승부를 선보이며 갈수록 힘을 내는 투구를 했다. 그러나 4회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홈런을 맞은 게 뼈아팠다. 만약 이 홈런 없이 5회까지 1실점을 했다면 류현진이나 김광현 못지않은 올림픽 데뷔전이 될 수 있었다. 

경기를 중계하며 연신 후배를 응원하고 칭찬한 박찬호 KBS 해설위원도 딱 하나의 피홈런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찬호 위원은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고 스윙을 유도했고, 적극적으로 치려고 대드는 타자에게 한가운데 던졌다. 저런 걸 조심했어야 했다”면서 “내가 맞은 것 같은 쓰라림이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설위원이 아닌, 대선배로서의 잘 던진 후배가 더 좋은 결과로 등판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었다. 한국은 1-3으로 뒤진 9회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일궈내며 이의리의 호투에 뒤늦게 보답했다. 박해민의 추격의 적시타에 이어 이정후가 동점 적시 2루타를 때렸고, 마지막 순간 김현수가 끝내기 안타를 치며 이의리로 선배들과 같이 웃었다. 다음 등판에서는 승리투수 자격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