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고 최지민이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구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4⅓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 역투하고 우승을 이끌었다. ⓒ목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사령탑은 에이스를 최대한 아끼기를 원했다. 이왕이면 5회 이후 투입했으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결승전은 역시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1-1로 맞선 4회 2사 1·3루. 사령탑은 결단을 내렸고, 에이스는 위기를 틀어막은 뒤 기어코 우승까지 책임졌다.

강릉고 3학년 좌완투수 최지민(19)이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지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4회 구원등판해 4⅓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 역투하고 13-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선발투수 이전재와 뒤이어 대기할 김백산과 조경민이 잘해주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최지민은 4회 이후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이날 전략을 드러냈다.

사령탑의 복안은 그러나 첫 단추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이전재가 1회 대구고 선두타자 이재용과 진현제에게 연속해 우전안타를 맞아 무사 2·3루로 몰렸기 때문이다. 결국 최 감독은 여기에서 이전재를 내리고 조경민을 올렸다. 그리고 조경민은 1회를 1실점으로만 막은 뒤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1-1로 맞선 4회 이동민에게 우전안타, 박우열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2사 1·3루로 몰렸다. 그러자 최 감독은 주저 없이 최지민을 마운드로 올렸다. 이 위기에서 1점을 허용한다면, 경기 자체를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올라온 최지민은 사령탑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김영민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 강릉고는 곧바로 이어진 4회 공격에서 집중타를 몰아쳐 5점을 뽑았다. 그리고 5회 다시 3점을 추가해 최지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처럼 연속해서 득점 지원을 받은 최지민은 마운드 위에서 마음껏 자신의 공을 뿌렸다. 몸쪽과 바깥쪽을 찌르는 시속 140㎞대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대구고 타선을 잠재웠다. 유일한 흠은 6회 대타 김규민에게 내준 1타점 좌중간 2루타였다. 또, 8회 무사 만루에선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고 삼중살 플레이를 유도하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최지민은 “우승해서 힘든 것도 다 잊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선 선수들 모두 우승하자는 마음뿐이었다. 비록 엄지민이 투구수 제한으로 나올 수 없어서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타자들이 도움을 많이 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지민은 올해 동계훈련 도중 발목을 접질려 두 달을 쉬게 됐다. 본인으로서도 강릉고로서도 악재였지만, 최지민은 대신 2배로 열심히 운동하며 이날만을 기다렸다.

▲ 지난해 김해고와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패한 강릉고 김진욱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곽혜미 기자
강릉고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로 입단한 1년 선배 김진욱(19)과 투구폼이 비슷해 ‘리틀 김진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지민은 “(김)진욱이 형과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폼이 비슷해졌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형이 없어도 우리가 우승을 차지했다고 형에게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지민은 이번 대회에서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0.42(17⅓이닝 1자책점)라는 완벽한 성적을 남기고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다. 또, 우수선수상까지 차지해 2관왕 영예를 안았다.

내년 프로 데뷔를 꿈꾸는 최지민은 끝으로 “야구팬들에게 내 이름을 널리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작지만 당찬 포부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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