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추신수(39·SSG)는 시즌 초반 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자신에게나, 팬들이 봤을 때나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에 뒤늦게 합류했고, 몸 상태를 급히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는 시기별 루틴이 아주 뚜렷한 선수였다. 그걸 16년 이상 꾸준히 한 결과가 바로 메이저리그에서의 대성공과 올스타 경력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2월 초까지는 루틴대로 운동을 했지만, SSG와 계약한 뒤 코로나19 자가격리 2주를 거치며 이게 모두 다 깨졌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범경기를 치러야 했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정규시즌 개막이 맞이했다.
추신수도 불안감을 계속해서 내비쳤다. 추신수는 “1부터 10까지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너무 건너뛴 것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계속 나아질 것이라 위안을 삼았지만 선수 스스로가 준비가 안 된 시즌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외부적인 요소 또한 추신수를 힘들게 했다.
그 계산은 맞았다. 추신수는 여전히 정상급 선수였고, 성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스프링트레이닝 일정 45일이 엉망이었다고 봤을 때, 추신수의 진짜 실력은 개막 45일 이후에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는 SSG의 예상이 맞았다.
올림픽 대표팀 선발(6월 17일 예정)로부터 한 달 전으로 시간을 돌리면, 추신수는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다. 추신수는 5월 17일부터 6월 12일까지 18경기에 나가 타율 0.368을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 3위다. 타율도 고타율인데 출루율은 무려 0.532로 4할 타율을 기록 중인 강백호(kt·0.523)를 제치고 이 기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까다롭게 승부하려는 투수들의 전략이 말려들지 않고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 후속 타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삼진은 13개인 반면, 볼넷이 20개였다.
홈런은 2개에 불과했지만 간간히 장타를 뽑아내며 장타율도 0.561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93으로, 이 기간 2위다. 오직 양의지(NC·1.094)만이 추신수보다 살짝 위에 있다. 추신수는 12일 인천 키움전에서 안우진을 상대로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24일 만의 손맛을 보기도 했다. 워낙 몰아치기도 좋은 선수라 앞으로 올라오는 홈런 페이스도 기대할 수 있다.
잔부상이 잦은 편이지만 그래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의 큰 부상은 없었다.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선정에도 이의가 없는 분위기다. 올해 특이 환경을 바라봤을 때 추신수는 시즌 전체의 성적이 아닌, 선발 직전 한 달의 성적을 보는 게 더 옳은 선수다. 추신수는 시즌 시작 당시 대표팀에 가고는 싶지만 자신이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최근 한 달간 필요한 선수임을 증명해냈다.
여기에 수준 높은 리그의 경험이 많은 추신수는 일본 등 타 팀 에이스들과 적응에서 조금 더 수월할 가능성이 있다. 경험에서 나오는 순간적인 공헌도, 선수들을 묶는 리더로서의 임무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추신수 개인적으로도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만큼 동기부여가 강하다. 외야 수비는 다른 선수들이 대체할 수 있어 큰 부담은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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