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게릿 콜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자존심이 상한 뉴욕 양키스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한 선수에 거액을 질렀다. 바로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난 게릿 콜(31)이었다.

콜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다. 관건은 3억 달러를 넘길 수 있느냐는 것. 3억 달러를 넘기려면 연 평균 금액은 물론 장기 계약이 필요했다. 어깨나 팔꿈치가 중요한 투수에게 7년 이상의 계약을 주는 건 극히 위험부담이 따르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그러나 양키스는 콜을 믿었다.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약 3690억 원)를 안겼다. 

게릿 콜은 그렇게 금전적인 측면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았다. 투수 역대 최고액으로, 당분간 이 기록이 깨질지조차 알 수 없다. 양키스의 선택은 적중하고 있다. 6~9년차 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별개로, 영입 직후 성적은 매우 뛰어나다. 콜은 이적 후 17일(한국시간)까지 20경기에 나가 12승4패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다. 172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20개만 내줬다.

콜의 구위는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한때 피홈런이 증가하며 우려를 모으기도 했으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해 8경기에서 5경기나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볼넷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콜은 4월 19일 토론토전에서 볼넷을 허용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짜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탈삼진은 56개를 기록했다. 얼마 전 이 기록을 세우고 중단된 코빈 번스(밀워키·58개)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투수의 향후 활약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여러 지표가 있지만 가장 간단히 볼 수 있는 게 탈삼진/볼넷 비율이다. 탈삼진과 볼넷은 인플레이의 영역 밖이다. 바꿔 말하면 투수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콜은 강력한 구위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고 있고, 자신의 의지대로 경기를 주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콜의 기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대로 가면 생애 첫 사이영상도 유력하다. 이닝, 자책점, 탈삼진, 승리가 공식을 이루는 톰 탱고의 사이영상 예측 모델에 따르면 콜은 31.1점을 얻어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존 민스(볼티모어·28.3점), 타일러 글래스나우(탬파베이·26.2점) 등이 추격하고 있지만 콜이 자리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역사적 선수의 역사적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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