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드윅 보스만.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한국이 들썩였던 지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그러나 이전 시상식을 눈여겨봤던 이들이라면 많은 것이 낯설었을 것이다.

'미나리' 윤여정이 오스카상을 거머쥔 여우조연상의 경우 초반에 시상이 이뤄지곤 했으나 중반 이후로 바뀌었고, 특히 최고상인 작품상보다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이 뒤에 배치돼 의아함을 자아냈다. 또 후보작 영상이 대거 줄어든 점도 지난 시상식과 달랐다.

이에대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이유를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제작자로 참여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최근 LA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시상식 뒷이야기를 밝힌 것.

소더버그 감독은 "목표는 뭔가 다른 것을 하고, 반응에 따라 아카데미를 변화시키고 또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언갈린 반응이 나왔던 시상식 피날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평소와 달리 작품상을 먼저 시상하고 남녀 주연상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매드랜드'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을 거머쥐었으나, 마지막 순간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에는 수상 소감조차 없이 시상식이 끝나버려 불만이 이어졌다.

83세의 고령인 안소니 홉킨스는 고향인 영국 웨일즈에 머무느라 이날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줌(Zoom)을 이용한 화상 참여를 허락하지 않은 아카데미 측 방침 탓에 실시간으로 소감조차 전하지 못했다. 안소니 홉킨스에게도 아쉬운 순간이었던 것은 물론, 쇼 역시 맥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소더버그 감독은 줌 이용 금지 방침을 재고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만 남우주연상 수상이 쇼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데는 고 채드윅 보스만의 수상 가능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블랙팬서'로 널리 알려진 고 채드윅 보스만은 지난해 대장암 투병 끝에 숨졌다. 그는 유작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사후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더 파더' 안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 이후 29년 만에 2번째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순서를 뒤섞으면 사람들이 다음이 뭔지 모르기에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는 처음부터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은 "후보작이 발표돼고 심지어 고 채드윅 보스만의 사후 수상 가능성이 상당했다. 만약 그가 수상하고 그 아내가 그를 대신해 수상소감을 한다면 그 이상 가는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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