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신인 유격수 안재석(오른쪽)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생각보다 몸이 반응해서 손이 먼저 가서 잡은 것 같아요. 이후에 정신이 들었는데 자세히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꿈같았어요."

안재석(19)은 두산 베어스가 왜 올해 1차지명에서 투수를 포기하고 유격수를 선택했는지 하루하루 증명하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보여준 수비가 그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 다음 유격수를 맡아야 할 선수다. 젊은 신인 내야수 중에서는 톱이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안재석은 17일 경기에서 2회 오지환의 땅볼을 처리한 장면을 되돌아보며 "인생 수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안재석은 오지환의 타구가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낚아챘고, 1루까지 송구 거리가 꽤 됐으나 안정적으로 1루수 양석환의 글러브로 보냈다.  

자신감이 붙은 덕분일까. 안재석은 3회에 한번 더 호수비를 보여줬다. 2사 1루에서 이천웅의 타구가 안재석 앞에서 크게 튀어 올랐는데, 침착하게 바운드를 맞춰서 잡아내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2루로 송구해 1루주자를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안재석은 "3회 수비는 정말 기억이 없다고 할 정도로 진짜 흐릿하다. 타구도 워낙 빨랐고, 수비 위치도 살짝 앞쪽에 있었다. 그냥 몸이 반응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 손이 가서 잡은 것 같다. 그 이후 정신이 들었는데 자세히 생각이 안 나서 잡은 순간이 꿈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솔직히 3회보다는 2회 때 오지환 선배의 타구 수비가 더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2회와 3회 수비 2개가 흔히 말하는 인생 수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야구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수비"라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 3루수 허경민(왼쪽)은 안재석이 선발 출전하는 동안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됐다. ⓒ 곽혜미 기자
19살 답지 않은 침착한 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야구할 때는 침착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야구는 감정이 드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침착하게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특히 수비할 때만큼은 더 침착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뿐만 아니라 3루수 허경민, 1루수 양석환 등 형들이 살뜰히 챙겨준 덕에 막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재석은 도움을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안재석은 "감독님께서 늘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생각이랑 마음이 확실히 정리되고 편해지면서 나이스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4경기 정도 연달아 선발 출전을 했는데, 오른쪽 가장 가까이 (허)경민 선배님이 계신다. 항상 할 때마다 정말 잘했다고, 멋있다고 해주셔서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고 힘이 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를 다 귀엽게 봐주시고 잘 봐주시고 관심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경민 선배님, (박)건우 선배님, (김)재환 선배님이 경기에 나가면서 말을 많이 걸어주셨다. 투수 선배님도 '수비 잘한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챙겨주실 수 있게 더 잘하겠다"고 덧붙이며 막내다운 각오를 남겼다. 

▲ 안재석의 데뷔 첫 안타 기념구 ⓒ 두산 베어스
안재석은 지난 15일 잠실 kt 위즈전에서는 데뷔 첫 안타를 때렸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주권에게 우전 안타를 뺏었다. 팀은 3-8로 졌지만, 안재석은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기념할 기록을 남겼다.  

그는 데뷔 첫 안타 장면을 떠올리며 "팀이 져서 그날은 아쉬웠다. 배트가 부러져서 행운의 안타가 되긴 했지만, 첫 안타를 상대 필승조를 상대로 때려서 기분 좋았다. 기념구에는 'KBO리그 통산 첫 안타 축하'라고 1군 매니저님께서 적어 주셨다. 지금은 라커룸에 뒀는데, 곧 케이스에 담아서 집에 가져다 두려고 한다"고 했다. 

두산에 갓 입단했을 때 안재석의 목표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가능한 오래 1군에서 함께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이 목표를 착실히 잘 지키고 있다. 김재호가 곧 출산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출전 시간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더 1군에 머물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웠다. 

안재석은 "나는 지금 1군에만 있어도 좋은데 (김)재호 선배님 상황(출산 휴가)이 그렇게 돼서 기회가 주어졌다. 감독님께서 나를 좋게 보고 기용해주셨는데, 내 플레이를 그래도 다 보여준 것 같아서 홀가분하다고 해야 할까. 내 플레이를 나흘 동안 다 보여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장기적으로 재호 선배님 다음 유격수를 목표로 계속 열심히 뛰겠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할 텐데, 그 경기에서도 나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제보>kmk@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