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오른 컴퓨터 제구력을 과시하고 있는 류현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4·토론토)은 지난 14일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이날 압도적인 제구와 다양한 구종 구사로 양키스 강타선을 꽁꽁 묶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날 류현진과 대니 잰슨 배터리가 돋보인 것은 심판을 활용하는 능력이었다. 이날 주심은 상대적으로 우타자 바깥쪽에 후했다. 1회부터 중계방송 스트라이크존을 꽤 벗어나는 공도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류현진이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실험하러 던진 공은 아닌 것 같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배터리가 신이 났다. 우타자 바깥쪽을 줄기차게 공략하며 양키스 타자들을 짜증나게 했다.

양키스는 류현진을 맞이해 우타자를 대거 배치했다. 스위치 타자 힉스를 고려하면 8명이 우타자였다. 좌완 류현진을 공략하기 위한 라인업이었는데, 우타자 바깥쪽을 잘 잡아주니 류현진에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의 장기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깥쪽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 그리고 포심이 양키스 타자들의 눈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이날 류현진이 심판의 존을 얼마나 잘 이용했는지는 컴퓨터 분석에서 잘 드러난다. 엄파이어 스코어는 이날 주심의 판정 정확도가 91%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평균 94%보다 낮았다. 경기 최악의 콜로는 류현진의 공이 두 개나 잡혔다. 6회초 프레이저에게 던진 우타자 기준 몸쪽 코스가 최악의 콜 1위였다. 볼인데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는 것이다.

또 산체스를 상대로 던진 2회 2구도 최악의 콜이었다. 류현진은 우타자 바깥쪽 공을 던졌는데 그래픽상으로는 한참 빠진 공이 스트라이크로 잡혔다. 산체스가 분통을 터뜨린 공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이 코스의 공으로 재미를 봤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주니 양키스 타자들은 따라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주심의 성향을 정말 제대로 이용한 한 판이었다.

주심의 미세한 존 차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제구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공 하나 차이를 조정해 넣고 뺄 수 있는 류현진의 감각이 돋보였다. 류현진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기분이다. 류현진은 21일 보스턴 원정 경기에서 시즌 2승째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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