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내야수 신본기. ⓒkt 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첫 선발출전의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릴 수 없었던 백업 선수는 공이 머리를 때리는 것조차 모른 채 전력질주했다. 이유는 하나. 그렇게 해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kt 위즈 유니폼이 어울리기 시작하는 신본기(32)가 올 시즌 처음으로 잡은 선발출장 기회를 톡톡히 살려냈다. 신본기는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번 2루수로 나와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고 10-2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신본기의 활약을 빼놓고는 설명이 힘든 경기였다. 출발만 좋지 못했다. 1회초 키움 선두타자 서건창의 타구를 놓쳐 실책을 기록했다. 느리게 굴러오는 공을 빠르게 뛰어 잡으려고 했지만, 포구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신본기는 타석에서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2-1로 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2루타를 때려냈다. 타구가 베이스를 맞은 뒤 외야로 흐르는 행운이 따랐다.

이어 타석으로 들어선 조용호는 유격수 방면으로 땅볼 타구를 때렸다. 이어진 키움 유격수 김혜성의 3루 송구. 그런데 이 공이 3루수 김웅빈의 글러브가 아닌 신본기의 머리로 향했다. 공은 헬멧을 때린 뒤 3루 부근 파울 지역으로 굴렀고, 이 사이 신본기는 홈을 밟았다.

또, 신본기는 5-1로 앞선 5회 무사 1·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쐐기를 박았다. 이어 후속타의 도움으로 득점까지 추가했고, 8회 안타를 추가해 이날 키움전을 3안타 경기로 장식했다.

경기 후 만난 신본기는 “마지막 3안타 경기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모처럼 선발출장 기회가 와서 도움이 되길 바랐다. 나 자신을 믿었고, 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뛰었다”고 덧붙였다.

신본기는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정든 친정인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면서 아쉬움이 컸지만, 새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떴다.

신본기는 “지난해부터 출전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했다. 힘들었지만, 조금씩이라도 경기를 나갈 수 있어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 kt 신본기가 18일 수원 키움전 직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현재 kt 내야진은 백업 선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용이 탄탄하다. 강백호(1루수)~박경수(2루수)~심우준(유격수)~황재균(3루수)로 이어지는 고정 라인업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본기는 “kt로 온 이유를 잘 안다. 주전들이 휴식을 취할 때 내가 그 빈자리를 대신하는 몫임을 알고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4회 송구가 머리를 맞은 상황을 놓고는 재치 넘치는 답변이 돋보였다. 신본기는 “헬멧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을 맞아봤다”고 이를 웃어넘겼다. 과거 롯데에서 뛸 때 평범한 플라이 타구를 글러브가 아닌 머리로 받아낸 기억을 더듬으면서였다. 그러면서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아프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2012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던 신본기는 지난해 아쉬움 속에서 정든 고향을 떠났다. 롯데팬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이제는 kt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새 둥지에서 적응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신본기는 “롯데에서 kt로 넘어오면서 롯데팬들과 kt팬들 모두 응원해주셨다. kt에서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꼭 보답하고 싶었다”면서 “코로나19로 많은 팬들이 오시지 못했지만 그래도 힘이 된다. 감사하다. 지난해 kt가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올해에도 내가 도움이 되도록 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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