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필라델피아(미 펜실베이니아주), 조미예 특파원] “솔직히 베이스를 밟지 못해서 아웃인지 알았다.” (웃음)
18일(한국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홈구장에서 열린 필리스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진행된 줌 인터뷰에서 이실직고를 했습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날린 타구가 안타가 아닌 에러로 기록됐는데, 아쉽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김광현은 "안타가 아니라서 아쉬운 게 아니라 아웃이었는데, 살아난 것에 만족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공격이 길어지면서 한 이닝에 두 번 타석에 오를 만큼 바빴던 김광현. 하지만 김광현은 아웃카운트 3개 중 두 개를 본인이 만들어내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타격이 익숙하지 않은 그는 1B1S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지만 3루로 향하는 땅볼. 

그런데 여기서 3루수 알렉스 봄의 송구 실책이 일어났습니다. 현지 중계진이 “이렇게 빨리 달리는 투수를 봤나”라고 감탄할 만큼 전력 질주를 했습니다.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할 만큼 전력 질주를 했지만,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1루를 밟지 않은 것입니다. 
베이스 직전에서 발을 디뎠던 김광현은 베이스를 그냥 건너뜁니다. 이때 1루심 랜스 바크스데일의 시선은 1루수 호스킨스에게 고정됐습니다. 공이 빠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김광현이 베이스를 밟지 못하는 걸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루심 랜스 바크스데일도, 1루수 리스 호스킨스도, 필리스 더그아웃에서도 눈치채지 못한 김광현의 실수였습니다.  
1루심은 그대로 세이프를 선언했고, 김광현은 이 모습을 보며 놀랍니다.  
공이 빠졌다는 걸 뒤돌아서야 알았습니다. 반대로 1루수 호스킨스가 김광현이 베이스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바로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호스킨스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1루 코치 스터비 클랩은 김광현을 향해 조용히 손가락으로 베이스로 가라고 지시합니다. 호스킨스가 눈치챌까 뒤에서 손으로만 지시했습니다.  
뒤늦게 1루를 밟은 김광현은 1루 코치에게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세이프가 맞냐고 말이죠. 여전히 호스킨스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더그아웃에서 큰소리로 지시를 합니다. 베이스를 밟지 않았으니 1루로 다시 들어가라고 말이죠. 그런데 필라델피아 더그아웃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광현은 “안타가 아닌 실책으로 기록된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살아서 1루 베이스를 밟은 것 자체가 다행이다"라고 답했던 것입니다. 필리스는 아웃시킬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게 된 거죠.

# 충돌 피한 김광현과 몰리나의 노련한 플레이 
정말 공수에서 바쁜 경기였습니다. 3회말 무사 2, 3루에서 타석에 오른 리얼무토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려고 또다시 전력 질주합니다.  
빠르게 달리던 김광현은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가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급제동을 걸면 아슬아슬 위험한데, 리얼무토와 충돌은 피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만난 충돌 상황. 브레이크를 밟으며 방향을 살짝 바꿨는데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둘은 충돌을 피했고, 몰리나가 잽싸게 1루로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노련한 플레이가 충돌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복귀전에서 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정말 바쁜 경기였습니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에서 3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복귀전을 치렀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습니다. 1회에만 투구 수 30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1회를 어렵게 풀어갔고, 구속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타석도 이제는 챙겨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KK 김광현은 “구속은 점점 나아질 것이다. 선발로 등판해 6~7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쁜 경기에도 적응을 하겠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광현의 2021 시즌은 이제 시작입니다.

스포티비뉴스=필라델피아(미 펜실베이니아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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