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견된 슬로스타트 속에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 추신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추신수(39·SSG)는 메이저리그(MLB) 시절 가을에 강한 대표적인 타자였다. 그런데 시즌 초반도 약한 선수가 아니었다. MLB 16년 통산 4월 OPS(출루율+장타율)는 0.826, 5월은 0.827로 평균 이상이었다.

그런 추신수지만, 2021년 봄은 생각보다 잔인할 수 있다는 예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6년 이상 해왔던 루틴이 사정없이 깨진 상황에서 시간조차 별로 없었다. 추신수 스스로도 이런 급박한 환경에서 몸을 만드는 게 처음이라면서 이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다소간의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추신수는 매년 개인훈련을 하다 2월 중순 팀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로 넘어갔다. 라이브게임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시범경기에 임했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방망이도 잘 휘두르지 않고 공을 최대한 많이 봤다. 그리고 시범경기 중반 이후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려 정규시즌에 임하는 루틴이었다.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2월 23일 계약을 했고, 한국에 넘어와 2주간의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친 뒤 팀에 합류한 게 3월 11일이다. 2주 격리로 이미 훈련 리듬은 다 망가진 상황. 3월 13일에야 처음으로 야외에서 훈련을 했다. 그리고 3월 21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첫 실전에 나섰다. 추신수는 “내 상황에서는 엄청 빠른 것”이라고 했다. 몸 상태는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지만, 결국은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시범경기 타격감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투수들이 전력으로 공을 던지는 정규시즌은 또 다르다. 첫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7일 인천 한화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머물렀다. 4일 롯데전에서 중견수 방면의 좋은 타구를 만들기도 했지만 안타는 없었고, 7일에는 첫 타석에서 시속 167.2㎞짜리 총알 타구를 날렸으나 1루수 힐리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운도 없었다.

다른 선수들은 정규시즌을 치르고 있을지 몰라도,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루틴과 대비하면 그는 시범경기를 한창 치르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기다. 이제 막 컨디션이 올라올 상황인 셈이다. 그래서 슬로스타트는 예견된 것이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막 안타를 치고 장타를 치는 게 더 이상했다. SSG도 추신수가 시즌 초반에는 영웅적인 활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계산에 두고 있었다.

결국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압박감 속에 경기를 치르는 것, 완전히 낯선 환경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6~10경기 정도를 더 하면 100%에 가까운 감각을 찾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몸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금 추신수가 어떤 활약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추신수가 시즌 내내 팀에 얼마나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팀은 그 과정을 도울 필요가 있고, 선수는 더 먼 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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