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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트라우마' 시달리는 女하키…"지금도 소름 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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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기자
기사승인 2021.03.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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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그곳은 지옥이었다.

'선생님'이라 불렀던 감독은 툭 하면 손찌검하고 스틱으로 온몸을 때렸다. "정강이나 명치 맞는 건 약과"였고 "스틱으로 맞을 때 머리 실핀이 두피에 꽂혀 피가 땀처럼 흐른" 경우도 잦았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A감독은 수원 소재 중학교의 하키 지도자로, 용인 소재 대학에서 ‘재능 기부 감독’으로 활동하며 여자 선수들을 지도했다.

중학생 시절 무차별한 폭행을 당한 피해 선수들은 대학에서 A감독을 다시 만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지하실, 라커룸, 학교 뒤 공터, 통로, 장비실 등 외부인이 없는 곳이면 어디든 폭력의 공간이 됐다. 당시 하키계의 지도자와 선수들은 A감독의 폭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체육계 특유의, 씁쓸한 '인의 장막'이었다.

지난 2월 스포츠타임이 국내 하키 일부 지도자의 폭력과 계약금 가로채기 논란을 보도한 뒤 하키계 내부 부조리를 폭로하는 제보가 봇물을 이뤘다.

이들은 일부 하키 지도자에게 당한 폭행과 모욕적인 폭언, 계약금 갈취, 신고자 색출을 통한 심리적 압박 등을 호소했다.

A감독의 폭행에 대한 제보도 쏟아졌다. 그들이 털어놓은 폭행은 당사자가 극단의 선택을 떠올리게 할 만큼 집요하고 거칠었다.

제보자 B씨는 스포츠타임과 통화에서 "중요한 경기를 준비할 땐 A감독에게 유독 심하게 맞았다. (그 기간) '빠따'는 기본이었다. 포메이션 서다 맞고 전지훈련 가서 맞고 경기하는 중에도 맞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정강이나 명치 까이는 건 대수였다. 어딜 가든 선생님 심기를 살펴야 했다. (심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곧바로 분위기는 싸해졌고 뺨을 맞았다. (때리기 위해) 시계 풀고 반지 꺼내면서 천천히 다가올 땐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순간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돋는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가장 트라우마가 된 기억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 말했을 때"를 지목했다. 그 말을 입 밖에 낸 뒤 지도자에게 당한 폭행은 "무릎 꿇고 잘못했다 온 힘을 다해 빌" 만큼 모질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운동하는 게 싫었고 뭣보다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 그러면 선생님은 '지하 장비실로 내려가라' 지시하셨다."

"(내 말 때문에) 지하 창고에 애들이 다 모여 맞은 적도 있고 나 혼자 일대일로 맞은 적도 있다. 하키채로 엉덩이 맞는 건 기본이었다. 발로 밟고 스틱으로 팔뚝과 등, 허벅지를 때리기도 하셨다. 선생님께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빌었다. 그래도 선생님은 '너가 운동 안하겠다고 한 게 한두 번이냐' 하시면서 계속 때렸다."

"(몸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머리를 잡고 뜯었다. 손으로 뺨 때리고 머리 때리고.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맞았다. 이후 훈련장으로 복귀해 '선착순'을 뛰었다. (폭행당한 상태에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

또 다른 제보자 C씨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때였다. 그때 한 선수의 컨디션이 안 좋아 경기력이 나빴다. 그러자 A감독이 그대로 스틱으로 '후려까고' 발로 찼다. (날씨가 쌀쌀해서) 피해 선수의 어깨가 툭 빠졌다. 어깨 탈구를 확인한 선생님은 사과나 미안한 내색 없이 '하아 XX, 쟤 장비 벗겨라' 말씀만 하셨다"고 털어놨다.

"훈련이 끝나면 마무리 운동을 한다. 앞구르기로 마무리 훈련을 했는데 다리 벌리고 앞구르기를 못한다며 그 자리에서 뺨을 때렸다. 그러면서 선배들에게 '얘 다리 벌려 앞구르기 못하면 너희도 죽을 준비해라' 겁주셨다. 실제로도 후배 탓에 선배들이 많이 맞았다. 이렇게 끊임없이 선후배를 갈라치다보니 (선후배) 사이가 늘 나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A감독은 보도가 나간 이후 피해 선수들과 학부모에게 자신을 위한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피해 선수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된 셈이다.

지난해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가해 지도자들은 주위 선수들에게 거짓 탄원서 작성을 강요했다. 가해 지도자들이 폭행을 저지른 적이 없고, 고 최숙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탄원서 작성을 강요해 큰 논란이 됐다.  

폭행·비리 지도자의 탄원서 작성 강요를 막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선수 폭행이나 금품수수 등 '갑질 사건'에 연루된 학교 운동부 지도자 징계 시 학부모 탄원서를 일절 반영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폭행·비리 지도자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학부모 진정서가 사실을 둘러싼 정보를 왜곡할 뿐 아니라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에 악영향을 우려한 데서 비롯된 '현실 무마용' 탄원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하키협회는 지난 18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A감독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A감독은 모든 가해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하키 관계자는 "하키판에서 A감독의 폭행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마어마했다. (A감독의 폭행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도 중학생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했다"고 말했다.

하키협회는 30일 공정위를 다시 열어 A감독의 징계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제보> pd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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