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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짐 진 염기훈, 들러리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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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기자
기사승인 2021.02.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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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 선수위원장에 선임된 수원 삼성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거제, 이성필 기자] "선수들이 달라져야 해요. 직장(구단) 안에서 자기 권리를 찾으려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해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각 구단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승리수당 상한선 설정’ 등의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을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승리수당은 K리그1은 경기당 1백만 원, K리그2(2부리그)는 경기당 50만 원이다.

소위 베팅으로 불리는 추가수당을 전면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는 구단에 대해서는 K리그1 최대 10억 원, K리그2 5억 원 제재금 부과에 적발된 날로부터 가장 가까운 1회의 등록 기간에 신규 선수 등록 금지 조치를 한다. 즉 적법하지 않은 수당을 지불하다 들통나면 이적 시장에서 선수 영입이 금지되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들은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이사회는 연맹과 K리그 구단 경영진이 주로 목소리는 내는 자리다. 선수들은 이사회에서 나온 정책 결정을 연맹이 보도자료 배포 후 기사화하는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수당의 현실화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수익 구조가 열악해 적자만 쌓이는 구단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자주 언급되는 사회공헌을 위한 존재라는 주장은 구단이 존재하는 성격의 일부여야지 전체가 되면 곤란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ro) 정회원이라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KPFA)가 지난해 "선수 동의 없는 임금삭감 반대"를 외치며 견제했지만, 주장만 있었을 뿐 대안 제시는 미흡했다. 단체 성격까지 의심받아 프로연맹에서는 이들과 대화를 중단하고 기존의 구단 주장단 모임을 활용했다.

▲ K리그 주장 간담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주장단 모임에서 도출된 의견들이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지는 미지수다. 주장들 사이에서는 주장단 모임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섰던 염기훈(38, 수원 삼성)은 프로연맹과 확실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염기훈은 이근호가 회장인 KPFA에서 박주호(34, 수원FC)와 부회장을 맡았다. 동시에 수원 주장으로 오랫동안 주장단 간담회를 이끌어 연맹과는 '투트랙' 대화창에 있었다.
 
지난 8일 수원의 2차 전지훈련지인 경남 거제의 '삼성호텔 거제'에서 만난 그는 "프로연맹에 들어가서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선수(=각 구단 주장)들은 그렇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근호 아니면 제가 프로연맹에 들어가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지속해 전하다 보니 주장들의 추천으로 선수위원장에도 선임됐다. 김영광(38, 수원 삼성), 김광석(38, 인천 유나이티드)와 올 시즌 K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그는 "주장 간담회에서 주장들이 추천해서 선수위원장이 됐다. 일이 더 많아졌다"라며 "프로연맹에서도 가교 역할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이름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더라"라고 서로의 필요조건이 맞아떨어졌음을 전했다.

물론 '들러리'는 원하지 않는다. 그는 "매번 연맹은 선수들에게 의견 말하라고 한다. 주장단 회의는 생각보다 길게 한다. 3~4시간씩 회의도 한다. 다만, 의견 내라고 해서 종합해 전달하면 돌아오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이런 의견을 제시하면 가부 여부와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 K리그 최고령 선수가 된 염기훈(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래서 더 달라져야 하는 소통 구조다. 그는 "프로연맹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주장단 회의를 해도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프로연맹에서도 알아챈 모양이다. 그는 "프로연맹에서도 잘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의견 제시에 대한) 응답을 바로 해주겠다고 한다. 선수들 생각이 100% 수용은 되지 않더라도 이런 생각들이 있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승리수당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의 5년 룰 등 현안 대한 생각도 명확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는 구단이 직장이고 수당 체계도 팀마다 다르다. 그런데 선수위원도 있고 주장 간담회도 있었는데도 누구 하나 (선수들에게) 일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주지도 않더라. 프로연맹이 선수위원회를 발족시키지 않았나. 물론 프로연맹에서는 이사회에서 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소수 인원만 알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염기훈은 이제 K리그에 입문하는 후배들이나 저연차 선수들을 위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염기훈은 전북 현대-울산 현대를 지나 아산 무궁화에서 군복무를 했고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K리그가 만든 대표 선수다.

그는 "연맹과 구단만 K리그 구성원이 아니다.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주기적인 대화로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합리적인 정책 결정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거제,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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