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임창만 영상기자] "선수들을 생각해달라." "힘들어 죽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기 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상업적 능력 극대화를 위해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외에도 리그컵을 병행하고 있다.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서는 팀들은 최대 4개 대회를 소화한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10월 잉글랜드 축구계는 61년 역사의 리그컵과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 팀이 맞붙는 커뮤니티실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마저 잉글랜드의 과밀 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동조했다. 

하지만, 수입원 확보가 중요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을 18개로 줄이고 커뮤니티실드와 리그컵 폐지를 촉구하자고 주도했던 '프로젝트 빅픽처'도 부결됐었다. 그만큼 구단마다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프리미어리그다. 

구단 경영진들과 달리 현장의 목소리는 아우성 그 자체다.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것은 그 자체로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나서는 팀들은 조별리그를 소화하며 원정을 다녀와야 하는데 멀게는 중동이나 마찬가지인 이스라엘까지 왕복 12시간의 비행을 소화해야한다. 

토트넘 홋스퍼를 예로 들어볼까.

올 시즌 유로파리그 2차 예선부터 출발했던 토트넘은 코로나19로 예선과 플레이오프가 단판 승부로 치러지면서 한숨 돌렸다. 2차 예선 프로프디프는 불가리아, 3차 예선 쉬켄디야는 마케도니아 원정이었는데 이는 모두 잉글랜드와 먼 동유럽팀이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이스라엘 팀 마카비 하이파, 그나마 이 경기는 홈경기였다. 경기 사이마다 리그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로도는 상상 이상이다. 

그나마 쉬켄디아전 직전 예정됐던 리그컵 3라운드, 32강 상대 4부 리그 레이턴 오리엔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경기가 취소되어 무려 일주일 동안 4경기 소화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레이튼전을 치렀다면 토트넘은 앞선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손흥민이 무려 4골을 넣었던 사우스햄튼 원정에 레이튼, 쉬켄디아 원정을 치르고 돌아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홈경기를 치러야 했다. 

당시 손흥민은 쉬켄디아 원정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골을 넣고 3-1 승리를 이끌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전반만 뛰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첼시와 리그컵 16강, 하이파와 플레이오프를 결장했으니 오리엔트전 취소가 회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 일정이 꼬이면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토트넘은 지난해 12월 30일 풀럼과 16라운드가 지난 14일로 순연됐다. 

정상적이었다면 울버햄튼-풀럼-리즈 순이었다. 울버햄튼과 1-1로 비긴 상태에서 풀럼을 건너 뛰고 리즈를 만나는 여유를 얻었다. 그 결과 리즈에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각각 1골 1도움씩 해내며 3-0 승리를 수확하는 기쁨으로 이어졌다. 

풀럼 경기 운영은 하기 나름이다. 

풀럼전이 14일로 낀 것은 아스톤 빌라와 18라운드가 역시 코로나19로 밀렸기 때문이다. 

리그컵 4강 브랜트포드전 손흥민의 골로 2-0으로 이긴 뒤 마린과 FA컵 64강전을 쉬면서 풀럼전에 좋은 컨디션으로 나섰지만, 골대 불운을 겪으며 1-1 무승부라는 아쉬움을 맛봤다. 

경기 일정이 밀렸다고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17일 18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전반 4분 코너킥을 세르지 오리에에게 헤더로 골 망을 흔들며 프리미어리그 개인 통산 100번째 공격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제 토트넘은 26일 위컴비 원더러스와 FA컵 32강전을 치른다. 위컴비와는 지난 2016-17 시즌 FA컵 32강에서 만나 4-3으로 이긴 기억이 있다. 당시 4부 리그 팀이었던 위컴비는 놀랍게도 올 시즌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다. 

3부 리그 강등권인 최하위 24위에 있지만, 4시즌 전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손흥민의 골로 어렵게 이겼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확실하다. 

손흥민은 휴식을 얻을 수 있을까. 올 시즌 조제 무리뉴 감독의 대회 계획만 본다면 그럴 것도 같지만, 지난 아쉬운 패배를 기억하고 있는 위컴비가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위컴비전을 잘 풀어내면 휴식도 가능하다. 

29일에 리버풀과 19라운드가 있기 때문에 최대 11일 휴식이 가능하다. 

과연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무엇일까. 멀리 있는 리버풀전을 위해 손흥민을 아낄까 아니면 위컴비전에도 정면 돌파를 선택할까. 

코로나19가 만든 복잡한 일정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토트넘이다. 

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임창만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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