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발 불법 행위 후폭풍은 나머지 구단들의 전수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에서 터진 ‘불법 베팅’ 논란이 KBO리그 전체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두산의 대응을 칭찬하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등 긴장감이 맴돈다.

두산은 13일 “정현욱과 권기영을 자격정지 선수로 지정해 줄 것을 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최근 채무 문제가 불거진 정현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스포츠토토를 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진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권기영의 부적절한 사행성 사이트 접속 사실까지 파악했다. 두산은 “앞으로 KBO와 수사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잠잠하던 ‘불법 토토’, ‘불법 도박’라는 단어가 다시 한 번 KBO리그에 불거지면서 적잖은 우려를 안기고 있다. 과거 불법 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심지어 선수 생활이 끊긴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선수는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전례와 조금 다르고, 이 부분이 나머지 구단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권기영은 2017년 드래프트, 정현욱은 2019년 드래프트 출신이다. 그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상당수가 베테랑들이었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현역 선수의 스포츠토토 베팅은 승부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우리도 매년 교육을 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승부조작 제의 등 모든 불법 행위 유혹에 대해서는 일절 손을 대지 말고 바로 구단에 신고하라고 한다”고 했다. 실제 KBO리그를 뒤흔든 2016년 승부조작 사건 당시, 결국 모든 일의 근간에는 불법 스포츠토토가 있었다. 

다만 두산의 대처는 깔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관계자는 “선수의 일탈과 별개로 내부적으로 잘 파악을 했고, 여기에 KBO에 즉시 신고하는 등 일처리는 잘했다고 본다”고 했다. 어쨌든 사법기관이 수사에 들어가기 전 미리 구단이 파악했고, 이를 KBO에 바로 보고함에 따라 더 이상의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 이미지상 구단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산은 망설이지 않고 싹을 도려냈다.

다른 구단들도 이번 사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사실 관련 교육은 모든 구단들이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방 B구단 관계자는 “KBO에서도 연 1회 교육을 하고, 구단 내에서도 선수단 워크숍 때 강사를 초청해서 프로선수가 알아야 할 스포츠법, SNS 표현의 자유, 불법 도박, 성폭력 등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젊은 선수가 이런 사건을 터뜨리자 대다수 구단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각 구단들이 속속 전수조사에 돌입하거나 전수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불법행위 관련 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유사사건 발생시 선수단 전수조사 등을 실시한다”고 했다. 해당 구단은 전수조사 예정이다. 수도권 D구단 단장 또한 “(두산에서 사건이 터진 뒤) 현재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 E구단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면담을 통해 해당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불법 행위에 대한 선수들의 경각심은 많이 높아졌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E구단 관계자는 “이제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정기적으로 교육을 한다”고 했다. 다만 선수들의 사생활을 속속 알 수는 없고, 잘못된 행위를 구단에 먼저 털어놓을 선수도 많지 않다. 계속해서 숨기려 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아마추어 선수들부터 스포츠토토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쉬는 시간에 용돈을 불리기 위해, 혹은 재미 삼아 가볍게 하는 토토가 경각심을 낮추고 큰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부터 관련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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