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았으나 결국은 KBO 입단을 선택한 나승엽(왼쪽)과 장재영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국 사정이 말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연수를 해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도 큰 타격을 받았다. 사정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은 MLB 구단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체계를 축소 및 통합하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선수들이 계속 모여서 훈련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리그를 통해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을 쌓지는 못했다”고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 싱글A 등 마이너리그에 있는 한국인 유망주들에게도 2020년이 꽤 힘든 시기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단번에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즌을 앞두고 구단들이 마이너리그 구단들과 새로 계약을 맺고 있으나 전체적인 규모는 예전만 못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이너리그 구단들 또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한가지고,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오히려 더 심각해져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영원히 예전 체계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2020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모았던 장재영(키움)과 나승엽(롯데)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덕수고 동기인 두 선수는 2학년 때부터 MLB 스카우트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재영은 빠른 공, 나승엽은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았다. 실제 나승엽은 계약에 이르기도 했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미국에 갔으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실제 롯데가 나승엽을 설득한 무기 중 하나도 불확실한 미국 사정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KBO가 리그 차원에서 ‘유턴 금지’를 내렸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보다는 줄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너는 유망주들은 매년 있다. 계약금에 따라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고, 덜 받느냐의 차이다. 다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말도 매년 들린다. MLB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유턴한 한 선수는 “언어·문화·음식 적응은 선수마다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과 시스템이 다르다. 코치들의 수도 많다고 할 수 없고, 결국은 상당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라고 했다.

반대로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언제든지 MLB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점점 많아진다. 당장 올해만 해도 김하성이 만 26세의 나이로 샌디에이고와 4+1년 총액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키움), 강백호(kt), 구창모(NC) 등 다음 타자들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는 후문이다.

MLB가 주목했던 두 선수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도 흥미롭다. 키움은 어린 선수, 그중에서도 ‘핵심 코어’를 잘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장재영도 철저한 육성 코스를 밟을 전망이다. 나승엽은 올해 당장 1군 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구단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나승엽을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두 선수가 첫 걸음도 현명하게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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