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무리뉴의 축구는 (우승) 트로피를 위한 축구다."

'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조제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뭐가 됐든 지휘하는 팀에 우승컵을 선사하니 명장이라는 의견부터 축구를 지루하게 만든다는 소위 '안티 풋볼'의 선봉자라는 평가 절하가 공존한다.

결과 중심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은 무리뉴의 축구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보고 있다.

수비 축구라도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인 것이다.

토트넘의 전설 글렌 호들은 지난해 12월 런던 지역 매체 '풋볼 런던'을 통해 "무리뉴 감독은 현재의 축구가 강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역습 중심으로 경쟁자들을 꺾는 무리뉴 감독의 축구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리버풀의 전설이면서 토트넘에서도 뛰고 현재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가로 활약 중인 제이미 레드냅은 지난달 28일 울버햄턴전이 끝난 뒤 "(대형을) 뒤로 물려 놓으면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라며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비판했다.

논쟁의 중심에 선 무리뉴 감독, 하지만 개의치 않고 토트넘이 원하는 결과물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트넘은 우승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인 팀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무려 1960-61 시즌이었다. 준우승했던 2016-17 시즌의 경우 1위 첼시와 승점 차가 7점이나 났으니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와 어울릴 것이다.

FA컵은 1990-91 시즌, 리그컵은 2007-08 시즌 이후 우승이 없고 유럽클럽대항전의 경우 챔피언스리그는 2018-19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유로파리그는 전신인 UEFA컵에서 1983-84 시즌 우승이 마지막이다.

아! 유로파리그로 통합된 컵 위너스 컵 우승이 1962-63 시즌에 있었다.

오래전 기억으로 인해 토트넘은 우승권 팀이 아니라는 놀림과 마주했다.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이 리그 성적이 나빠도 녹아웃 스테이지로 진행되는 리그컵이나 FA컵에서는 어떻게든 우승컵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비교됐다. 그래서 토트넘은 어떤 대회라도 우승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유럽 정상 목전에서 리버풀의 '우승 DNA' 기에 눌려 눈물만 쏟았던 2년 전 챔피언스리그의 기억을 지우고 현대 축구를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싶은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토록 원하는 우승 기회가 드디어 토트넘 앞에 왔다.

바로 카라바오컵으로 불리는 리그컵이다.

토트넘은 6일, 브렌트포드와 리그컵 준결승에서 무사 시소코와 손흥민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유럽 통산 150번째 골을 완성하며 토트넘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결승 상대는 7일 예정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전 승자이다. 누가 됐든 토트넘은 우승을 꼭 해내겠다는 각오다.

절묘하게도 어떤 대회든 우승 트로피를 꼭 안긴다는 무리뉴 감독 부임 2년 차에 오른 결승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총 25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팀 부임 두 번째 시즌에만 11개를 들었다. 토트넘 팬들이 기대할만하겠다.

더 자세하게 볼까.

2002년 1월 포르투갈 명문 FC 포르투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 감독은 2002-03 시즌에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타사 드 포르투갈, UEFA컵 우승을 차지한다.

소위 '미니 트레블'을 해낸 것이다.

탄력을 받아 2003-04 시즌엔 프리메이라리가 두 시즌 연속 우승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업적을 만들어낸다. 당시 그의 나이 41살, 젊은 지도자로 급부상한다.

2004-05 시즌 첼시를 통해 유럽 5대 리그에 입성한 무리뉴, 거칠 것이 없었다.

첫 시즌 리그 최소 실점에 25경기 무실점으로 5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안기고 리그컵도 품에 넣었다. 2년 차에는 커뮤니티실드 우승으로 출발해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08-09 시즌에는 인터 밀란에 부임해 2009-10 시즌 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다.

특히 첫 시즌 16강에서 맨유에 밀려 탈락했던 챔피언스리그를 두 번째 시즌에 우승한 것이 무리뉴의 이름값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2010-11 시즌에는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막으며 코파 델 레이 우승을 한 뒤 2011-12 시즌 4년 만에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안긴다. 이 성과로 무리뉴는 유럽 3대 빅 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하는 첫 감독이 된다.

이후 첼시로 돌아온 무리뉴, 2013-14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3위와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조금 부족했지만, 2014-15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리그컵 우승으로 자존심 회복에 성공한다.

이때 무리뉴는 "지루하다"며 자신의 축구를 비판하는 팬들과 전문가들을 향해 "팬들이 정말 지루해 하는 것은 우승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스널 팬들은 얼마나 지루하겠느냐"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래도 아스널은 2010년대 FA컵 4회, 커뮤니티실드 4회 우승을 해봤으니 토트넘에 비교우위일까.

어쨌든 무리뉴 2년 차에 토트넘은 첫 우승에 도전한다.

맨유는 손흥민, 케인이 각각 2골 1도움을 해내며 6-1로 이겨봤고 맨시티에게는 손흥민의 골로 2-0으로 이겨봤으니 누가 올라와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승전은 우리 시간으로 4월 25일, 석 달이나 남았다.

그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무리뉴는 믿음대로 토트넘에 리그컵 우승을 안기며 2년 차 맹신론에 불을 지필까.

스포티비뉴스=노윤주 기자,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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