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와 1년 2억 원 FA 계약을 맺은 김용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프로야구 무대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살아남기도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드래프트 ‘100인’ 안팎에 들어온 선수들 중 상당수는 5년 안에 1군 무대 한 번 밟지 못하고 사라진다. 1군에 자리잡는 선수는 소수, 1군에서 10년 이상 뛸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다.

그래서 선수들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구단 친화적이라고 푸념한다. 현행 FA 자격은 대표팀 등 다른 변수가 없다면 고졸 9년, 대졸 8년이다. 그것도 등록일수를 채운 해만 자격에 들어간다. 그래서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대다수는 30대고, 심지어 30대 중반에 첫 FA를 얻는 선수들도 있다.

김용의(35·LG)도 그런 선수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의 2차 4라운드(전체 29순위) 지명을 받았으나 전형적인 스타의 길을 걷지는 못했다. 100경기 이상 뛴 시즌은 6번에 불과하다. 2008년 1군에 데뷔했는데, 12년 만에 FA 자격을 얻었다. 내년에 만 36세가 되는, 성적이 특별하지 않은 선수. 보상등급이 ‘C’라는 점을 빼면 특이한 사항이 없는 선수처럼 보였다.

대개 이런 선수들은 FA 자격 신청을 보류하기 마련이다. 시장에 나가봐야 좋은 조건을 받기 어렵고, 괜히 원 소속구단의 눈치만 볼 수 있어서다. 차라리 FA 자격을 유지만 한 채 구단과 1년 계약을 맺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김용의와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이 상당수 그랬거나, 혹은 그와 반대의 선택을 했다가 찬밥 신세가 되곤 했다. 그런데 김용의는 달랐다. 당당하게 FA 자격을 신청했다.

누군가는 걱정하고, 누군가는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했고, 심지어 누군가는 비웃었다. 그러나 김용의에게 있어 FA 자격은 주는 의미가 달랐다.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KBO리그 판에 붙어 있었던 그 오랜 세월의 보상이었다. 예상대로 화려한 계약은 없었다. 그러나 김용의는 당당하게 FA 자격을 신청해 계약까지 맺은 선수로 KBO리그 역사에 남았다. 이 계약은 KBO리그 연감과 각종 사이트에 평생 남는다.

LG는 3일 FA 선수인 김용의와 1년 총액 2억 원(계약금 1억 원, 연봉 1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억 원 단위의 계약이 흔하게 나오는 FA판에서 1년 2억 원은 오히려 보기 드문 계약이었다. 그러나 김용의는 개의치 않았다. 김용의는 “코로나 사태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도 신경을 써주신 구단과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우리 팬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면서 “FA 자격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어떤 FA 선수의 계약 소감보다 멋있는 진심이 와닿았다.

LG도 멋있었다. 대개 이 정도 되는 FA 선수들은 구단과 사전교감을 하기 마련이다. “잡아줄 것이냐”를 묻는 선수들도 있다. 아무래도 단년 계약보다 FA 계약은 조금이라도 추가 지출이 있는 만큼 구단은 꺼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LG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며 예우를 갖췄다. 

차명석 LG 단장도 “김용의는 팀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이다. 또한 팀 내에서 다양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했다. 어쩌면 1억 정도의 추가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LG는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한 선수는 이렇게라도 대우한다는 것을 선수단에 보여주고 있었다. 1년 2억 원의 초미니 계약은, 그렇게 이 거대한 FA판에서 또 하나의 울림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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