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된 롯데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걱정하지 마십쇼. 내년에는 꼭 갑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48) 감독은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부탁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는 포스트시즌을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와 열망을 함께 담으면서였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우리의 화두는 역시 FA 이대호의 잔류다. 지금 상황상 외부 FA 영입은 어렵다고 보인다. 그래도 (이)대호는 꼭 남아줬으면 좋겠다. 올 시즌 도중 대호가 ‘감독님, 우승 한 번 하시죠’라고 하더라. 이제는 내가 말하고 싶다.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꼭 우승까지 함께하자고 말이다”며 속 깊은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최하위로 처졌던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뒤 7위를 기록한 허 감독의 시선은 포스트시즌으로 향해 있었다. 올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에는 사직구장에서 가을야구를 펼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11월 마지막 날이던 30일, 부산 송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 감독과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롯데 허문회 감독이 11월 30일 부산 송정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감독 허문회의 1년차 점수? 50점도 안 된다”
-올 시즌이 모두 끝났다.
“정신없이 1년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숙한 점이 많았다.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후회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과 서로 신뢰를 쌓았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옛날처럼 감독이 다 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에게 맡길 수 있는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사직 LG 트윈스전(7월 16일)으로 기억한다. 8-10으로 계속 쫓아가던 6회말 한동희가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면서 15-10으로 이겼다.”

-끝내기 승리도 많았는데 왜 그날 경기가 인상적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한)동희가 그전까지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동희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다. 그러다가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길래 내 방으로 불러 ‘힘드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희가 ‘괜찮습니다. 이겨보겠습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곧바로 ‘OK’라고 했다. 그냥 힘들다고 했으면 2군으로 내릴까도 했는데 그 어린 선수가 씩씩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한동희는 LG전 이후 상승세를 탔다.
“인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희도 참고, 나도 참으면서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이대호와 전준우, 손아섭 등이 기둥이지만, 나중에는 동희 같은 어린 선수들이 롯데를 이끌어야 한다. 다행히 동희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따라와 줘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선수단 운영을 놓고 비판도 많이 받았다. 특히 높은 주전 의존도가 타깃이었다.
“올 시즌 도중 몇 차례 이야기했듯이, 일주일에 한두 번 대타로 나가는 것보단 2군에서 경기를 더 많이 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윤석이나 김재유, 김준태처럼 2군에서 이미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은 1군에서 백업으로 나와도 크게 지장이 없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감독 허문회’에게 몇 점을 줄 수 있겠는가.
“35점이다. 일단 가을야구를 못 갔으니까 50점도 못 준다. 내년에는 75점을 목표로 뛰어보겠다.”

-사실 올 시즌 종료 후 유임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나도 그 이야기는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나 유임 문제를 놓고 구단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 롯데 허문회 감독(오른쪽)과 이대호. ⓒ한희재 기자
◆“대호야, 가을야구 한 번 해보자!”
-내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 일단 2군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 몇몇이 11월까지 낙동강 교육리그와 개별훈련을 소화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보고도 계속 받고 있고, 나도 낙동강 교육리그를 찾아서 관찰하기도 했다.”

-손성빈과 김진욱, 나승엽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손성빈은 체격이 고등학생 같지 않더라. 기대가 되는 포수 자원이다. 또, 나승엽은 듣던 대로 스윙이 부드럽더라. 다만 김진욱은 아직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서 등판은 미루고 있다. 신인들은 12월과 1월에도 김해 상동구장에서 훈련이 예정된 만큼 계속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FA 시장이 열렸다. 영입 욕심은 없는가.
“아까 말한 대로 우리는 기둥들이 많다. 여기에서 특급 선수가 더 들어온다고 해도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대표님, 단장님께도 ‘올해는 더 잡아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이대호가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아, 이대호는 구단에서 잡아주시면 당연히 좋다. 꼭 필요한 선수 아닌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고. 올 시즌 도중 대호가 ‘감독님, 우승 한 번 하시죠’라고 하더라(웃음). 그런데 올해 아쉽게 가을야구도 나가지 못했다. 이제 내가 대호한테 이야기할 차례다. 꼭 남아달라고. 그리고 가을야구 함께 즐겨보자고 말이다.”

-댄 스트레일리 잔류도 중요한 문제 아닌가.
“올 시즌을 치러보니 외국인 원투펀치의 중요성을 알겠더라. 외국인투수들이 많이 던져주는 날에는 불펜진이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또, 스트레일리 같은 선수는 연패도 끊어주지 않는가. 사실 스트레일리는 너무나 필요한 선수지만, 프로는 돈 아니겠는가. 그래도 구단에서 노력해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일단 기다려보겠다.”

▲ 롯데 허문회 감독. ⓒ곽혜미 기자
◆“롯데팬 여러분들, 내년에는 걱정하지 마십쇼”
-코로나19로 해외 스프링캠프가 어려워졌다.

“불가항력적인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사직과 상동으로 선수단을 나누기로 했다. 1군과 2군 모두 상동에서 진행할까도 생각해봤는데, 오며 가며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더라.”

-어느 부분으로 초점을 맞출지 궁금하다.
“여기가 남쪽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2월에는 야외훈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대신 체력적인 측면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감독으로서 1년을 보내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가을야구 진출이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쉽지 않더라.”

-마지막으로 롯데팬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내년에는 꼭 가을야구 이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허문회 감독 인터뷰는 마지막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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