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 제공ㅣ리틀빅픽처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정우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려왔던 '이웃사촌'으로 2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오달수는 도청 타깃이 된 정치인 이의식 역을, 정우는 그를 감시하는 도청 팀장 대권 역을 맡았다

정우가 맡은 대권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청팀장이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웃사촌으로 위장해 일명 '빨갱이' 정치인 이의식을 감시하지만, 인간적인 그의 모습에 차츰 감화되는 캐릭터다.

정우는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지난 17일 오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이웃사촌'은 배우들의 연기 보는 맛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라며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같은 자신감을 보일 만큼, '이웃사촌'은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서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정우의 주특기가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사투리 뿐만 아니라 여러 사건을 겪으며 감정선의 묘한 진폭에 맞게 변해가는 한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고 설득력있게 표현했다. 영화의 주된 시선을 이끌어가며 엔딩까지 막힘없는 에너지를 분출해 여운을 안긴다.

그는 이 작품에 공감하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 인물이 변모하는 과정이다. 처음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거 같지 않은 인물이 도청을 하고 이웃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점차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감정의 동요가 오는 거다. 그 부분이 처음과 마지막의 진폭이 굉장히 컸던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다. 감정이나 심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후반부엔 모든 걸 내던지듯이 발악하며 표현한 것이 배우로서 연기로 도전해 볼 만하기에 욕심났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 정우. 제공ㅣ리틀빅픽처스

타인의 삶을 도청하면서 감화된다는 주된 스토리가 유명한 영화인 '타인의 삶'과도 비슷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우 역시 이에 동의했지만 '이웃사촌'의 장점을 크게 봤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받을 때 '타인의 삶'과 흡사한 부분과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작품보다는 더 뜨겁고 따뜻한 거 같았다. 그래서 분명히 그 작품과는, 행동하는 모습이라든지 소재가 굉장히 흡사할 순 있는데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환경 감독이다. '7번방의 선물'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그의 차기작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물론 천만 관객 욕심보다는 그 에너지에 무게를 뒀다.

정우는 "감독님의 데뷔작에 출연했었다. 당시 권위적이지 않고 신과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봤다. 감독님에게서 불편한 기운이 아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현장이었다. 연기가 긴장되고 무서운 게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이환경 감독님 자체가 현장에서 원동력이 된다. 시작이 든든했고, 사실 1300만 가까이 되는 관객의 에너지를 받으신 분이니 그 에너지를 또 한 번 느껴보고도 싶었다. 그런 경험을 하신 감독님의 노하우나, 현장 경험을 배우고 싶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 정우. 제공ㅣ리틀빅픽처스

'이웃사촌'은 2018년 상반기 촬영이 마무리됐지만, 주연배우 오달수의 '미투' 이슈로 개봉이 무기한 미뤄졌다. 결국 2년 9개월 여 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지만, 개봉일이 정해지기까지 정우 역시 가슴을 졸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었다"는 그는 "2~3년 만에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전 엇그제 촬영을 끝낸 거 같다. 매일매일 '이웃사촌'이라는 작품을 생각해왔다. 저 역시 굉장히 애타게 기다렸다"며 "오랜만에 보는 감정도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당시의 분위기나 감정이 과연 얼만큼 스크린에 잘 표현됐을지 가장 궁금했다. 제가 한 연기를 보며 감정을 흐느끼는게 참 쑥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눈물이 나더라"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정우는 "배우로서 이 작품을 진행하며 내면으로 성장함을 느꼈다. 우선 감사한 마음이 있고, 그 모습을 관객 분들이 고스란히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며 "한 분 한 분 사진 찍고 악수도, 포옹도 해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참 안타깝다. 안타까운 상황들이 있지만 그래서 비워내려고 한다. 제 의지대로 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으니, 물 흐르는 대로 응원하며 기다릴 뿐이다"라고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겸허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웃사촌'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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