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의 주장으로 창단 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유한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선수단과 직접적인 미팅을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다.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어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가끔 지나칠 때 ‘뼈있는’(?) 농담을 하는 게 거의 전부다. 올해도 선수단 미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의 의중은 비교적 생생하게 선수단에 전달되는 편이다. 코칭스태프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팀 내 베테랑 그룹을 통해 전달된다. 팀의 주장인 유한준(39)을 비롯, 박경수(36), 황재균(33) 등이 그 지점을 맡는다. 전·현직, 그리고 차기 주장감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팀 내 분위기를 다잡고 팀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이 감독도 “베테랑 복을 받았다”고 할 정도다.

이들은 모두 kt에서 경력을 시작한 선수들은 아니다.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출신이다. 박경수는 원년에 합류했고, 그후 유한준 황재균이 차례로 합류했다. 하지만 사실상 kt를 초창기부터 봐온 선수들이라 위화감이 전혀 없다. 그리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력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된다.

주장 유한준은 선수들이 모두 따르는 리더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기운이 있다. 솔선수범 유형이기도 하다. 오프시즌부터 철저하게 몸을 만든다. 후배들은 “유한준 선배의 몸 관리 비법을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많고, 유한준은 후배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한다. 어느덧 프로 18년차를 맞이한 박경수도 마찬가지다. 황재균은 두 선배와 후배들의 가교 임무를 하는 행동대장이다. 

사실 올 시즌 초·중반이 힘들었던 kt다. 시즌 초반 성적이 뚜렷하게 처졌다. 6월 중순부터 총력전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은 점차 떨어졌다. 그러나 베테랑들의 진두지휘 속에 선수단은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이들은 개인 성적을 자신의 기분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오직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속에 똘똘 뭉쳤다.

시즌 막판 오히려 이 감독이 이들을 안쓰러워했을 정도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순위 경쟁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잘한 것인데, 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작 베테랑 그룹은 반문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지기가 싫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베테랑 그룹 앞에 이 감독도 더 이상의 조언을 물렸다. 고맙고, 또 흐뭇했다. 

베테랑들의 성적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라운드에서도 후배들을 이끌었다. 황재균은 시즌 130경기에서 타율 0.308, 18홈런, 90타점, 102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올해 3루 골든글러브 후보 중 하나다. 박경수도 건재했다. 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이 아쉬웠지만 115경기에서 타율 0.280, 13홈런, 59타점을 기록했다. 수비도 전혀 불평불만이 없었다. ‘대장’인 유한준은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활약으로 115경기에서 63타점을 기록했다.

세 야수뿐만이 아니었다. 마운드에서도 최선임인 이보근(34) 전유수(34) 유원상(34)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팀 불펜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등장한 선수는 유원상이었다. 팀 불펜에서 가장 자주 호출한 유원상은 6월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하며 팀 불펜 재건의 결정적인 몫을 했다. 올해 60경기에서 62⅔이닝을 소화하며 재기를 알렸다. 

이보근은 시즌 중반부터 팀의 필승조로 자리하며 47경기에서 45이닝을 던지며 3승1패6세이브9흘드 평균자책점 2.60으로 활약했다. 김재윤이 자리를 비운 시기에서는 마무리로도 활약하며 팀 뒷문을 지켰다. ‘마당쇠’ 전유수는 팀이 필요할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올해도 45경기에서 44⅓이닝을 던졌다. 특히 위기 상황, 긴 이닝이 필요한 상황에서 묵묵히 등판해 소금과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모범적으로 팀을 이끈 이 베테랑들은 이제 팀의 첫 가을야구에서도 후배들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