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윤희상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팀의 우완 에이스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윤희상(35·SK)이 17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한다.

SK는 27일 “윤희상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K는 "윤희상은 지난해 7월 우측 어깨 수술을 받고 긴 재활 기간을 거쳐, 지난 8일(목) 약 2년여만에 1군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현재의 어깨 상태로는 정상적인 투구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최근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희상은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지만 10월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LG와 시즌 최종전에 맞춰 재등록될 예정이다. 이날 팬들 앞에서 마지막 투구를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LG의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이긴 하지만, 만약 순위가 그 전에 결정된다면 선발로 나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된다. 

은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어깨 수술을 받은 윤희상은 올 시즌 막판에야 마운드에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3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회복력이 완전치는 않은 상황이다. 연투가 어렵고, 경기당 투구 수도 제한되어 있다. SK가 윤희상을 1군에 올린 것도 "마지막을 잘 장식하라"는 배려가 어느 정도 깔려 있었다. 윤희상도 경력의 마지막에 왔음을 알고 있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내 던지며 동료들과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04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윤희상은 입단 직후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는 등 굴곡이 많은 프로 경력을 보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28경기에서 10승9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며 팀의 우완 에이스로 우뚝 섰다. 2012년 포스트시즌에서도 대활약하며 사실상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큰 키에서 나오는 140㎞대 중반대의 패스트볼과 결정구로 활용된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로 완성형 선발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의 윤희상 ⓒ곽혜미 기자
팀의 성적이 2013년부터 떨어지며 왕조의 색채가 옅어졌지만, 윤희상은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2013년도 8승을 거뒀다. 그러나 2014년 두 차례나 타구를 맞는 불운 끝에 경력의 내리막이 시작됐다. 특히 5월 16일 한화와 경기에서 송광민의 타구에 맞아 오른손 새끼손가락 중수골 골절상을 당한 것은, 윤희상의 경력을 갈라놓는 결정적 불운으로 기억된다.

윤희상은 2015년 5승, 2016년 9승을 거두며 재기했지만, 2017년부터는 팀 선발진의 세대교체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나마 2018년 불펜에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도운 것은 다행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서 함께했다. 하지만 2019년 어깨 통증으로 다시 선수 경력을 건 수술을 받았고, 올해 복귀해 출전한 3경기를 마지막으로 정든 마운드와 작별을 고한다.

윤희상은 “긴 재활기간을 거치며 현재 어깨 상태로는 도저히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량이 좋은 후배들이 많아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결정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 보다 후배들에게 자꾸 시선이 가며 조언을 해주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관심으로 성장하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SK에서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과 항상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은퇴 후 야구 용품 사업이나 유소년 등 프로를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 투구폼을 주제로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결국 어떤 일을 하던 야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희상은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배였다. 항상 애정 어린 조언을 하면서도 엄할 때는 엄한 스타일로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단 관계자들은 “굉장히 생각이 깊은 선수다. 뭘해도 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통산 42승을 거두며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선수이기도 했다. 팀이 어려울 때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SK의 ‘마음속의 에이스’는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남긴 채 이제 팬들과 작별을 고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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