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퇴를 택한 한화 김태균(왼쪽)과 kt 문상철. ⓒ한희재 기자,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앞으로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시네요.”

후배는 그때 만남이 은퇴 전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선배에게 더 감사함을 표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38)의 은퇴 소식은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공식 타석도 없이 급작스레 그라운드를 떠났기 때문이다.

김태균과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나눴던 kt 위즈 문상철(29)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식일이던 26일 연락이 닿은 문상철은 “선배님의 은퇴 소식을 듣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연락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쑥스럽기도 하고 혹여 선배님께서 바쁘실까 봐 쉽게 전화를 드리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 김태균이 2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도, 출신 학교도 다르지만, 문상철에게 김태균은 평범한 선배 그 이상의 존재였다.

공통분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둘의 인연은 7월 맺어졌다. 2015년 데뷔 후 올해까지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1군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던 문상철은 여름 즈음, 새롭게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기존 습관을 모두 버리고 타격폼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문상철이 택한 방법은 레그킥 없이 왼발을 땅에만 디디다가 방망이를 나오게 하는 타격폼이었다. 문제는 kt에는 이 타격폼을 활용하고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고심을 거듭한 문상철은 이 방법을 통해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태균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그런데 김태균과는 인연이 없다는 점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결국 문상철은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화 포수 이해창(33)에게 주선을 부탁했고, 어렵사리 김태균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문상철은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김태균 선배님과 전혀 친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만나면 인사만 드리는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선배님께서 너무나도 친절하게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타이밍이나 스윙 매커니즘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새 타격폼과 맞는 운동법까지 상세하게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조언을 받은 뒤 2군에서 훈련에만 매진한 문상철은 마침내 숨겨둔 날개를 활짝 폈다. 9월 중순 1군으로 올라와 14경기에서 타율 0.429 5홈런 맹타를 휘둘렀다. 위치 역시 대타에서 선발 좌익수나 지명타자로 한 단계 올라갔다. 또, 가을 맹활약과 함께 ‘수원 김태균’이라는 반가운 별명도 얻었다.

문상철은 “이후에도 김태균 선배님께서 ‘더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서 따로 연락을 주셨다. 사실 나는 선배님의 직속 후배도 아닌데도 이렇게 관심을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었다”고 말했다.

▲ 문상철의 타격 장면. ⓒkt 위즈
이처럼 친절하게 노하우를 알려준 김태균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은 문상철에게도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문상철은 “은퇴 기사를 접한 뒤 연락을 언제 드려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며칠을 그냥 보냈다. 그러다가 어제 전화를 드렸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말씀을 드리니 선배님께서 ‘내가 더 고맙다. 앞으로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답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끝으로 “은퇴를 택하신 선배님께 내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타석에서의 활약뿐이다. 남은 경기는 물론 가을야구에서도 멋진 안타로 선배님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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