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끝내기 홈런을 친 이정후(오른쪽)가 동료 전병우와 기뻐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2018~2019년 2시즌 동안 친 홈런보다 올해 더 많은 홈런을 터뜨렸다.

이정후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2-2로 맞선 연장 10회 1사 후 김종수를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개인 시즌 13호 홈런이자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키움은 가까스로 전날(11일) 패배를 설욕했다.

2017년 데뷔 시즌에 2홈런,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6홈런을 기록했던 이정후는 올해 벌써 13홈런을 기록했다. 입단 후 지난해까지 줄곧 4할대에 있던 장타율은 올해 0.610까지 올랐다. 벌써 지난해 68타점과 타이를 기록했다. 타율은 0.368까지 끌어올렸는데 그동안 잠재돼 있던 장타 잠재력까지 폭발한, 그야말로 완벽한 시즌이다.

하지만 리그 타격지표에서 이정후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큰 산'이 하나 있다. 바로 kt 외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다. 로하스는 12일 기준 타율(0.388), 홈런(29홈런), 타점(74타점), 출루율(0.448), 장타율(0.766)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이정후는 타율, 장타율 2위, 타점 3위, 출루율 4위를 기록 중이다. 최다 안타만 이정후가 119개로 로하스(118개)에 1개 앞서 리그 1위를 탈환했다.

이정후는 그래서 올해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는 12일 끝내기 홈런 후 "타이틀 지표를 안 본지 꽤 됐다. kt 로하스 선수가 너무 잘해서, 나는 지금처럼만 골고루 잘 하자고 생각했다. 너무 잘하는 선수가 있을 때 그 선수와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년, 내후년을 위해서 올해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에게 기록을 넘어 큰 의미가 있는 시즌이다. 시즌 전 장타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이정후는 "트레이너님들이 비시즌 동안 많이 도와주셨고 타격코치님들도 히팅 포인트를 물어보면 많이 대답해주셨다. 전력분석팀 분들도 자료를 만들어서 보여주셨다.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지고 홈런도 많이 나왔다. 그분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이정후는 2-2로 맞선 9회 동료들에게 "끝내고 오라"는 말을 듣고 "스윙 한 번 하고 올게"라고 호쾌한 선언을 했다. 농담이 섞이긴 했지만 자신의 장타력에 대한 확신 없이는 나오기 힘든 '호언장담'이었다. 로하스라는 벽을 만나서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정후.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성장할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어 더 무서운 타자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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