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입 당시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는 베테랑 이보근(오른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다른 선수들도 써 보겠습니다. 쓰다 보면 또 좋은 결과를 내는 선수가 있지 않을까요”

이강철 kt 감독은 6월 말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배수진을 치고 일단 버티기는 성공했다. 6월 중순 승부처를 5할 이상의 승률로 잘 넘겼다. 그러나 그 사이 불펜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었다. 마무리 이대은이 빠진 상황에서, 특히 주권 유원상 김재윤의 소화이닝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그냥 질 수는 없었다. 감독의 딜레마였다. 

세 선수의 짐을 나눠들 선수가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1군 불펜 선수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확실한 믿음을 주는 카드가 부족했다. 여기서 이 감독은 첫 승부처와 마찬가지로 다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이 감독은 “이보근 전유수 조현우를 조금 더 중요한 상황에 쓰면서 기존 필승조들의 부담을 줄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사실 이 감독도 확신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장점을 살려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구상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 선수가 맹활약하며 kt 불펜의 부하가 상당 부분 덜어졌다. 이제 이 감독은 “당장 성적뿐만 아니라 플러스 자원들이 생겼다”고 미소 짓는다. 이제는 확실히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많아졌다.

베테랑 이보근(34)은 영입 당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덜 올라와 2군을 전전했다. 이 감독은 “구속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1군 복귀 후 점차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 어느덧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0의 좋은 성적표를 만들었다. 최근 10경기에서 10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은 0이다. 최근 2경기 등판에서는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초반에 힘들 때 주권이 수고를 많이 해줬고, 김재윤이 안 좋을 때 유원상이 해줬다. 유원상이 안 좋을 때 이보근이 조금씩 올라왔다”고 떠올리면서 “자신감이 붙고, 템포가 빨라졌다. 그 전에는 자기도 제구 안 되고 그러니까 그랬는데 최근에는 탁 잡으면 던진다. 타자들에게 타이밍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최근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조현우(26)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땅한 좌완 자원이 없었던 kt 불펜의 단비다. 역시 처음에는 의구심과 함께 시작했지만,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9의 성적으로 순항 중이다. 아직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이 감독의 기대치는 더 커진다. 이 감독은 “보이지 않게 조현우가 잘해줬다. 좌우 관계없이 1이닝을 만들어준다. 앞으로 그렇게 하면 정말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 팔꿈치 통증을 해결하고 1군 복귀를 앞두고 있는 김재윤(왼쪽) ⓒ한희재 기자
지난해 마당쇠 임무를 했으나 올해 부상으로 부진했던 전유수(34)도 2군에 다녀온 뒤 힘을 보탰다. 최근 6경기 중 4경기에서 무실점이다. 모두 1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특유의 마당쇠 기질을 되찾고 있다. 31일 수원 SK전에서는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갑작스러운 현기증 강판 여파를 이겨낸 주역이기도 했다. 다른 투수들의 몸이 다 풀리지 않았을 때 누구보다 빨리 투입돼 3회 위기를 잘 넘기며 팀 대승의 기틀을 놨다.

단점을 보기보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이 감독은 전력분석과 투수파트에 공을 돌린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좋은 것을 빼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끔 하려고 데이터팀이나 투수코치가 잘 활용하고 움직였던 게 그래도 절반의 성공은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버티고 있다”고 돌아봤다. 이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불펜은 아닐지 몰라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그 순간에 투입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주권 유원상의 투구 이닝이 엄청나게 줄었다. 6월 15경기에서 15이닝을 던졌던 주권은 7월 10경기에서 8⅔이닝만 소화했다. 유원상 역시 6월(16경기·18⅓이닝)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7월(9경기·9이닝)은 소화이닝이 절반으로 줄었다. 나름대로 관리가 됐기에 8월부터는 또 달려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지원군도 대기한다. 팔꿈치 통증으로 잠시 재활군에 갔던 김재윤은 투구를 재개했다. 조만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개막 마무리였던 이대은도 부진과 부상을 털어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감독은 “처음으로 146㎞, 147㎞를 던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다만 “조금 더 지켜보겠다.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급하게 쓰면 그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불펜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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