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 중인 외국인 투수들. 왼쪽부터 서폴드-윌슨-쿠에바스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워윅 서폴드(한화)는 지난해 31경기에서 12승11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면서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큰 기복 없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재계약에 골인했다.

그러나 올해 성적은 신통치 않다. 14일까지 13경기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54에 그치고 있다. 5월까지는 팀 마운드의 가장 임무를 톡톡히 했지만, 6월부터는 힘이 확연하게 떨어진 모습으로 우려를 모은다. 투수의 힘을 일반적으로 견줘볼 수 있는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이를 증명한다. 서폴드의 올해 포심 평균구속(142.7㎞)은 지난해(144.7㎞)에 비해 2㎞나 떨어졌다. 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속 저하도 마찬가지다. 

14일 수원 kt전에서도 공에 힘이 없었다. 오히려 구위가 계속 저하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포심패스트볼은 빠르지 않았고, 변화구의 각은 예년보다 밋밋했다. 그 결과 6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7실점(6자책점)하고 무너졌다.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선수들의 구속이 1년 사이에 2㎞나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그런 선수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은 흥미롭다. 이 선수들의 공통 지점에는 ‘2주 자가격리’라는 분모가 들어있다는 점도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의 상황이 심각해 조금 더 안전한 고국에서 훈련하길 원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입국한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가운데 2주를 보내야 했다.

특히 투수들은 낭패였다.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주 훈련 정도면 베스트 상태가 될 수 있도록 관리했는데 정작 들어와서 2주간 운동을 못하다보니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배의 시간이 걸렸다. 대상자였던 LG·키움·한화·kt·삼성의 외국인 투수들과 부친상 관계로 역시 자가격리를 해야 했던 아드리안 샘슨(롯데)까지 상당수가 부진 혹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특급 외국인 투수였던 타일러 윌슨(LG)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5㎞에서 142㎞까지 떨어졌다. 덩달아 주무기인 투심도 구속이 저하됐다. 제이크 브리검(키움)도 구속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난 끝에 부상으로 이탈해 14일에야 복귀했다. 서폴드와 케이시 켈리(LG)는 작년만한 성적이 아니고, 벤 라이블리(삼성), 채드 벨(한화), 윌리엄 쿠에바스(kt)는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전력이 있다. 샘슨은 아직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활약하는 선수는 에릭 요키시(키움),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정도다. 하지만 뷰캐넌과 데스파이네도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은 아니다. 

이 때문에 2년 이상 한국에 있었던 선수들은 내년 재계약을 놓고 더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것이 진짜 기량 저하인지, 혹은 자가격리 여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시즌에 들어왔기 때문에 초반 성적 저하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도 있다. 

7월 이후로는 충분히 몸이 풀린 만큼 7월 이전과 7월 이후 성적은 나눠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은 있다. 구단들이 본격적인 판단에 돌입할 시기가 왔다. 후반기 반등한다면 자가격리 여파 탓으로 돌리고,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내년 재계약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면 구단도 자가격리의 피해 범위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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