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든든한 이닝소화능력으로 기록 이상의 부수적 효과도 제공하고 있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어려운 결단 하나를 내린다.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라울 알칸타라(28·두산)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약점이야 있었지만 검증된 외국인 선수였다. KBO 최고 수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한때 팀의 에이스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 마운드를 끌어간 기억도 생생했다. 가까이서 알칸타라를 1년 동안 지켜본 kt가 그 장점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외국인 투수가 빈 다른 팀에서 데려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봤다. 그러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가 너무 끌렸다.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kt의 선택은 평가가 갈릴 수도 있다. 기록만 놓고 봤을 때 알칸타라가 더 나아서다. 알칸타라는 시즌 14경기에서 8승1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77⅓이닝을 소화하는 등 여러모로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2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10번이나 기록했다.

반면 데스파이네의 평균자책점은 4.05다. 퀄리티스타트도 8번으로 알칸타라보다 적다. 알칸타라와 그냥 같이 가는 게 더 낫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kt는 크게 아쉬워하는 눈치는 아니다. 데스파이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kt에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성적 차이의 아쉬움을 상쇄하는 요소다.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후 등판을 선호한다. 스스로 “경기에서 100개 이상을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스타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서 올해 벌써 14경기나 선발로 나갔다. 그러면서 86⅓이닝을 소화했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이 보통 11~13경기에 나선 것에 비해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독특한 루틴 덕에 등판이 더 많았다. 86⅔이닝, 투구 수 1412개도 리그 1위다. 

사실 kt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나이도 적지 않은 선수가 5일 간격 등판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5일 간격으로 등판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07이다. 오히려 5일 휴식 후 3경기(평균자책점 7.94)보다 성적이 훨씬 좋다. 이쯤 되면 데이터상으로도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존중해줘야 할 판이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부수적 효과가 생겼다. 바로 이닝과 등판 간격 조정이 필요한 kt의 어린 선수들에게 추가 휴식일을 줄 수 있는 것이다. 5일 휴식 후 등판해야 할 것이, 데스파이네의 일정에 따라 하루를 더 쉬고 등판하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 김민의 부상 이탈, 소형준 배제성의 순차적 휴식에도 불구하고 kt가 로테이션을 무난하게 돌릴 수 있었던 것도 데스파이네의 루틴이 큰 몫을 했다.

물론 앞으로 데스파이네가 이런 루틴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도 데스파이네의 구위를 지켜보고 등판 간격을 조절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꾸준하게만 이 루틴을 지켜주며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해준다면 kt 마운드에 무시못할 존재가 될 수 있다. 여름철 발생할 월요일 경기, 혹서기 이후 다시 진행되는 더블헤더에 선발 로테이션 일정을 짜기도 수월하다. 생각보다 큰 효과다.

5일 휴식 후 등판, 그리고 두산 타자들이 ‘뭔가’를 알고 치는 듯했던 6월 2일 수원 두산전(5이닝 15피안타 10실점)을 빼면 평균자책점도 크게 낮아진다. 5일 등판 패턴을 지키면서도 6~7이닝을 꾸준하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팀 불펜 상황에 따라 100구 이상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단기전에서의 활약도 묘하게 기대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 알칸타라를 영입한 두산도, 데스파이네를 선택한 kt도 윈윈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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