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속된 호수비로 팀을 구한 최지훈(왼쪽)과 김경호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노수광(한화)은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었다. 2017년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입었고, 다시 트레이드로 떠나기까지 3년 남짓의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런 노수광에 대한 SK 팬들의 애정은 생각보다 깊었다.

2017년과 2018년의 맹활약이 큰 지분을 차지하겠지만,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뜨거움을 주는 선수였다. 악바리 근성이 있었고 유니폼은 항상 지저분했다. 팬들은 그런 모습에 플러스 점수를 줬다. 최근의 상대적 부진, 팀 불펜 사정, 그리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투수의 가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트레이드 성사 직후 ‘팬심’이 즉각 반발한 이유다. 논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다.

트레이드는 지나간 일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노수광의 빈자리를 빨리 메우는 것이 중요했다. 노수광은 김강민의 뒤를 이어 팀의 주전 중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선수다. 그가 특급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공백 또한 아니었다. 공백이 보이면 보일수록 노수광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심에 빠진 팬들에게 이제 두 선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수광과 같은 좌타 외야수인 최지훈(23)과 김경호(25)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최지훈은 전지훈련 당시부터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선수였다. 외야의 기존 선수들이 부진할 때 ‘콜업 0순위’였다. 실제 최지훈은 5월 26일 1군에 올라온 뒤 지금까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35경기에서 타율 0.295를 기록 중이다. 사실 이 정도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타자도 SK에는 없다. 게다가 뛰어난 수비력과 준수한 주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경호는 두산과 2대2 트레이드 당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실제 김경호는 두 팀의 트레이드 논의 당시 4번째로 합류한 선수였다. 트레이드 카드를 2대2로 맞추는 과정에서 판에 끼었다는 의미다. SK도 당장 올해부터 활약을 기대하지 않았다. 염경엽 SK 감독은 2군에서 타격감이 좋았던 김경호를 과감하게 1군에 불렀다. 그 뒤로 9경기에서 타율 0.300을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가 나란히 테이블세터에 위치해 안타와 출루로 팀 공격을 이끄는 경기도 있었다. 그리고 3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뛰어난 수비로 팀의 7-4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경호는 7-4로 앞선 7회 2사 만루에서 좌측 담장까지 날아가는 손아섭의 싹쓸이성 타구를 점핑 캐치로 잡아냈다. 말 그대로 SK를 구하는 수비였다. 

8회에는 최지훈이 날았다. 무사 1루에서 역시 우측 담장을 그대로 맞힐 기세였던 전준우의 타구를 마지막 순간 점프해 잡아냈다. 두 타구 모두 잡지 못했으면 그대로 실점이 될 수 있었다. 롯데의 추격은 투수들이 아닌 두 선수가 끊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는 손아섭 전준우의 믿을 수 없는 표정에서 잘 드러난다.

SK는 올 시즌 조용호(kt), 나주환(KIA), 이성우(LG) 등 팀을 떠난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맞은 경험이 있다. 사실 이 선수들도 보낼 때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는 여론도 잠잠했다. 부메랑을 맞은 것에 대해 비난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이들을 보내서가 아니라 이들을 대체할 선수들의 육성이 더뎠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길을 터준다는 명분 뒤의 실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외야 육성이 더디거나, 혹은 트레이드 당시 얻은 이태양이 부진하면 아마도 트레이드는 두고두고 부정적으로 회자될 것이다. 반대로 대체자들이 빠르게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노수광의 잔상도 생각보다 금세 지워질 것이다.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희박해진 SK의 시즌 마지막에 가장 필요한 단어이자 팬들이 원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꼭 최지훈 김경호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도 분명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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