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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우리가 가야 길이 되는' 도전 정신은 어디에

기사승인 2020.07.0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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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칠레 친선경기. 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축구 수도'라고 자부하는 수원의 열기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우리가 가야 길이 된다.'

'그대 가는 길, 언제나 우리 함께 하리.'

한국 축구 현장에 종사하거나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이들이라면 위의 문구를 어디선가 한 번 정도는 들었거나 보게 된다. 자부심이 상당히 깊게 새겨진 문장이다. 한국 축구를 선도하는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의미가 명확하다.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는 목소리에 팬들이 함께 녹고 열정적인 응원으로 팀을 돕는다. 승리로 귀결되면 격정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꽃가루가 날리고 선수들은 박수로 화답한다. 표정에는 '내가 이런 팀에서 뛰고 있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이를 바라보는 상대팀 팬들은 고개를 숙이며 '넘사벽'이라는 단어를 눈앞에 두고 위로받으러 오는 선수들을 질타하거나 외면한다.

'축구 선진국'으로 대표되는 유럽 축구의 구조를 가져와 우리식으로 건축하겠다는 종사자들의 욕심은 의도와 진의가 어찌 됐든 간에 유스시스템 구축, 연고 도시와의 강력한 연대, 자주는 아니지만, 선수들의 해외 진출 등으로 이어졌다. 크게는 스포츠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한국 축구를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승강제, 디비전 시스템에도 영향을 줬다. 

물론 완벽한 선순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축구단은 구조에 따라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으로 나뉘어 있지만, 재정 구조가 탄탄하지 못해 하루살이, 달살이, 연살이로 운명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예산이 1천억 원 안팎인 축구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으나 버거워하는 것을 생각하면 K리그1부터 K7리그까지, 개별 구단의 고통은 말이 필요 없다고 봐야 한다. 

과거 모기업,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가져와 펑펑 쓰면서 팬들이 아닌 종사자만 살찌우는, 그중에서도 선수단 중심으로 돌아가던 모습에서 빠져나오려 노력을 하는 것도 보이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2019년 6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이란 친선경기. 6만이 넘는 관중이 이란의 기를 제대로 눌러줬다. '수도 서울'의 축구 열기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한축구협회

함께 살찌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일부 구단 임직원이 선수단을 위해 일정 비율의 임금 삭감을 하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정기 적금을 깨 생활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취재를 통해 이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가슴이 먹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버티는 팀들도 언젠가는 위기와 만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어쨌든 선도자가 길을 개척해 규모를 키우고 선도하는 모습은 분명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경쟁자와 치열한 전투를 선수단, 경기력, 홍보, 마케팅, 유소년 등 전 분야에서 벌이는 모습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마치 한국 축구의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과의 한일전이나 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의 거친 관계처럼 상대를 의식하는 무한 도전은 종이만 없는 참고서였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 불황에 스포츠 산업 구조 개편과 맞물려 '생존=자생'이라는 화두와 만나면서 개척자 정신은 그 어디에도 안 보인다. 리더는 '저기는 어떻게 하지'라며 눈치만 본다. 누가 고통받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대충은 파악하면서도 생각하다 시간을 허비해 '골든 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    

안정지향주의에 묻혀 다른 추격자가 따라와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에 허탈감을 보이거나 '언제부터 너희들이 그랬다고'라며 내려보는 자세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자금이 부족해도 개선과 혁신으로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면 얼마든지 효과적인 순환 구조 구축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한국 축구는 돈이 없고 인프라가 부족해도 '국가대표'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먹고 성장해왔다. 정체기에도 해보려는 의지는 있었다. 국가대표처럼 과거 아시아 정복의 역사로 '아시아 최강'을 자부한다면 '슈퍼'하지 못해도 '미니'지만 혁신이나 다시 도전하는 용기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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