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호는 29일 KBO리그 복귀 의사를 포기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강정호를 잡지 못한 강정호법의 아이러니가 역설적이게도 강정호의 포기로 해소됐다. KBO리그 야수 최초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한국 야구의 역사를 바꾼 슈퍼스타도 세 번의 음주운전과 두 번의 은폐, 그리고 뒤늦은 사과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지 못했다.

KBO는 물론이고 10개 구단, 그리고 선수들은 강정호를 보며 확실히 깨달았어야 한다. 야구인들에 대한 대중의 도덕적 기준점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생각했더라도 이제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법적인 처벌 이상의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정서법'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떳떳하다'는 사실만으로 논란을 덮을 수는 없는 시대다.

강정호에 앞서 많은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고 또 야구계에서 사라졌다. 명예로운 은퇴가 눈앞이었던 선수도,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특급 유망주도 모두 그렇게 잊혔다. 그런데도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엄벌'로 경종을 울리고 있는데도 그렇다. 강정호가 다시 한국 야구계에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도 다시 언급되는 형국이다.

▲ 강정호. ⓒ 한희재 기자
강정호는 29일 SNS 인스타그램으로 KBO리그 복귀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팬 여러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에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다.

입단 포기는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강정호 본인이야 야구가 간절했을지 몰라도 그를 품어야 하는 구단과 KBO는 그렇지 않았다. 강정호가 자진 포기의 형태로 KBO리그 복귀 의사를 접은 것은 이런 기류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강정호가 복귀 포기를 알린 포스팅에 한 현역 선수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불똥이 튀었다. 몇몇 현역 선수들은 좋아요를 눌렀다. 팬들은 이들에게도 냉소를 보내고 있다.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로 당사자들의 속마음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좋아요'는 틀렸다. 한때 함께 땀 흘린 동료를 안쓰럽게 보는 마음마저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런 식으로 마음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속내를 떠나 팬들이 느꼈을 감정도 헤아렸어야 한다.

강정호는 KBO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구단과 합의 없던 일방적인 복귀 추진, 뻔한 말의 향연이었던 기자회견 모두 역풍만 맞았다. 동료들의 '좋아요'와 댓글은 복귀 무산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좋아요' 하나에 당사자가 힘을 얻을 만한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강정호의 복귀 포기, 그리고 뒤따른 논란을 보며 선수들의 기준점 또한 달라졌기를 바란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