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조던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시카고 불스 첫 3연패 주역 가운데 한 명인 호레이스 그랜트(54)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을 맹비난했다.

"조던은 새빨간 거짓말쟁이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ESPN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는 온통 거짓투성이"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둘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불스 첫 스리핏을 달성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1987년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불스에 입단한 그랜트는 뛰어난 대인방어 능력과 보드 장악력으로 1990년대 이름을 날렸다.

경기마다 두 자릿 수 점수를 꼬박 쌓으며 공격서도 쏠쏠한 기여도를 보였지만 수비와 리바운드, 블록슛 등 궂은일에 더 일가견을 보였다. 리그 대표 수비형 빅맨이었다.

불스에 몸담은 7시즌간 총 546경기에 나서 평균 12.6득점 8.6리바운드 1.1블록슛 야투율 53%를 기록했다.

조던과 그랜트 사이가 틀어진 때는 1992년. 이 해 미국 지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 샘 스미스 기자가 '더 조던 룰스(The Jordan Rules)'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이 도화선이 됐다.

책은 불스가 구단 사상 첫 NBA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던 1991년을 상세히 다룬다. 그 해 불스 라커룸에서 이뤄진 대소사를 빼곡히 기술했다.

내용이 논쟁을 불렀다. 그간 대중이 조던에 대해 알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이 적혀 있던 탓. 

요즘에도 일부 팬은 조던을 사랑 받는 농구 아이콘(beloved icon)이 아닌 '빌런(villain·악당)'으로 여기는 이가 있는데 'CBS스포츠'는 "조던 악당론이 널리 퍼지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게 '더 조던 룰스'"라고 분석했다.

▲ 호레이스 그랜트(하얀 유니폼 손 뻗는 이)와 찰스 바클리(슛 던지는 이)
당연히 조던은 그 책을 싫어했다. 책을 향한 불편한 감정은 더 라스트 댄스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조던은 다큐에서 그랜트를 비난했다. 스미스 기자에게 소스를 제공한 이가 그랜트라고 확신했다.

조던은 더 라스트 댄스에서 "밀고자는 그랜트다. 그가 불스 내에서 이뤄진 모든 일을 (스미스 기자에게) 귀띔했다. 난 어떠한 정보도 (스미스 기자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랜트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밀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다 최근 5주 동안 거대한 화제를 모은 다큐에서까지 자기 이름이 거론되자 폭발했다.

그랜트는 20일(한국 시간) 'ESPN 라디오 인 시카고'와 인터뷰에서 "조던은 새빨간 거짓말(downright lie)을 하고 있다. 조던이야말로 밀고자다. ESPN 다큐를 명목 삼아 실제 모든 사건을 일러바치고 있다"며 씩씩댔다.

반응이 격했다. 참았던 분노가 폭발해 쏟아 내는 말씨였다.

"조던 얘기는 전부 새빨간, 완벽한 거짓말이다. 그야말로 거짓투성이다(That is a downright, outright, completely lie. Lie, lie, lie). 난 분명 말했다. 내게 악감정이 있다면 남자답게 해결하자고. 대화를 하든 다른 방법으로 풀든 (남자답게) 실마리를 찾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던은 (이십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더 조던 룰스' 밀고자라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스미스 기자와는 그때도 친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다. 하지만 그에게 어떤 정보도 흘리지 않았다. 난 라커룸을 신성한 곳으로 생각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사적으로 발설해선 안 된다는 걸 안다."

"실상은 복잡하지 않다. 명료하다. 스미스는 취재력이 좋은 유능한 기자였다. 그는 당시 두 명의 취재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책을 쓰기 위해 섭외한 취재원 두 명. (이게 사실인데) 조던은 왜 (엉뚱하게) 나를 자꾸 지목하는가?"

그러면서 그랜트는 조던의 편협한 성격을 꼬집었다. 조던에겐 자신을 향한 비판을 부드럽게 넘기지 못하는 일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던은 한 번 원한을 품으면 결코 잊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다큐같지도 않은) 다큐 영상에도 그런 성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만약 누가 조던에 대해 얘기했다고 하자. 조던은 (그 말 내용이 맘에 안 들면) 그걸 잘라내기(편집하기) 위해 갖은 수를 쓸 게다. 거기에 더해 그 발화자의 캐릭터를 무너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사람이다."

"찰스 바클리(58)를 예로 들 수 있다. 조던과 바클리는 2~3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낸, 절친이었다. 그런데 바클리가 조던의 경영(샬럿 호네츠)을 비판하는 말을 하자 관계를 싹둑 끊어버렸다. 지금까지도 둘은 대화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거다. 조던은 내가 밀고자라고 하지만 사실 밀고자는 조던이다. 35년이나 흐른 시점에 조던은 왜 자신의 신인 시절을 (갑자기) 거론하는 걸까. 왜 (당시) 라커룸에서 벌어진 일 가운데 하나를 끄집어내고 (광고 효과 노리듯) 탄산음료를 바라보면서 과거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사실을 털어놓는 걸까. 누군가를 밀고자라 콕 짚고 싶은가. 어렵지 않다. (다큐 속) 조던이 있지 않은가. 진짜 밀고자처럼 행동하는 인물은 조던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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