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정근우가 베테랑다운 배려심과 내공을 발휘하며 '원팀'을 만들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2014년 4월 20일, KBO리그 벤치클리어링 역사(?)에 남을 사건이 벌어졌다. LG 정찬헌이 당시 한화 정근우를 상대로 6회 등, 8회 어깨로 두 타석 연속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6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정근우가 2루로 뛰다 유격수 오지환에게 깊이 슬라이딩하면서 양 팀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8회 두 번째 몸에 맞는 공이 나오자 양 팀은 폭발했다.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고 정찬헌은 퇴장당했다.

5년 뒤 두 사람은 운명처럼 한팀이 됐다. LG는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정근우를 택했다. '그 벤치 클리어링'이 재조명됐다.

정작 정근우는 "정찬헌이 먼저 안부 인사를 했다"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앙금도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LG 이적이 확정된 뒤에는 잠실구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정찬헌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했다"며 웃었다.

▲ LG 정찬헌. ⓒ 곽혜미 기자
정찬헌도 이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5일 청백전 등판 뒤 "(정)근우 형과 사이 너무 좋다. 형이 '그때 얘기 더는 꺼내지 말자. 이미 지난 일인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공식적으로 '헤드록'을 안 걸어서 그런가? 지금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것 전혀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근우의 배려심과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선을 차단하고, 이제 동료가 된 정찬헌에게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해줬다.

정근우는 지난해까지 주전 2루수였던 정주현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캠프 출국 전부터 두 사람 모두 '선의의 경쟁자'라는 표현조차 사절할 정도로 각별한 동료애를 보였다. 정근우는 "함께 발전하겠다"고 했고, 정주현은 "우상과 함께하게 돼 뜻깊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정주현에 관한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워낙 열심히하고 있으니 잘할 거다"라며 웃어넘겼다.

정근우의 내공은 팀워크에도 큰 힘이 됐다. 선수들은 정근우가 원래 LG 선수였던 것 같다며 감탄한다. 정근우는 "이제 16년째라 선수들이 다 나를 알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정찬헌은 "다른 팀에서는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선배"라며 정근우를 향한 존경심을 보였다.

▲ LG 정주현과 정근우.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