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공식 개막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지금 국내 프로스포츠는 그야말로 '코로나19 포비아' 정국이다. 현재 시즌이 한창인 남녀 농구와 배구는 모두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개막을 앞뒀던 축구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신종 전염병' 코로나19의 마수(魔手)가 결국 프로야구로까지 뻗치고 말았다. 다른 종목들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KBO도 결국 27일 시범경기 전면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 악화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 3일 열릴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와 3월 10일 예정된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정규시즌 개막 연기가 결정된다면, 프로야구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사회적인 문제로 커진 코로나19가 프로야구계 전반으로 끼칠 악영향 그리고 직격탄을 맞게 된 KBO리그의 분위기와 대응책, 우리나라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일본프로야구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26일 수원체육관 밖 공지. ⓒ곽혜미 기자
◆시범경기 전면 취소 배경은?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지켜본 KBO는 당초 시범경기를 무관중 게임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 및 경북 지역에서의 개최만 피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24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긴급 이사회에서 개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혹시 모를 최악의 경우를 확실하게 대비하자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KBO 관계자는 “정부 당국으로부터 당분간은 코로나19가 계속해 기승을 부린다는 정보를 제공 받았다. 시범경기는 3월 14일 개막으로 시간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이때까지 사태가 잠잠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면서 “당초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선수들이 구단 임직원과 구장 관계자, 나아가서는 심판진과 진행 요원, TV중계진과 취재기자, 사진기자 등 많은 인원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시범경기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됐다. 이 관계자는 “짧은 기간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하는 시범경기 일정의 특성상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몇몇 구단으로부터 제기됐다. KBO 역시 이러한 우려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시범경기나 연습경기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으로 경기를 한다는 의미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위험 노출도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시범경기는 정해진 2연전 일정을 따라 원정지 호텔에서 숙박을 해야하고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연습경기는 가까운 거리의 구단과 일정 약속을 잡으면 된다.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숙박 없이 당일 경기를 치르고 귀가해 외부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전지훈련 구단들은 귀국 놓고 딜레마 빠져

시범경기가 전격 취소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쪽은 10개 구단이다. 현재 모든 구단이 미국과 호주, 대만,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 중인데 시범경기 일정이 사라지면서 향후 일정을 어떻게 짜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말 그대로 귀국길 딜레마다. 대다수 구단은 외국의 현지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스프링캠프지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시범경기가 취소된 이상, 차라리 해외에서 연습게임을 더 소화한 뒤 귀국하자는 방안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수준이 맞는 상대를 구하지 못하거나 항공과 숙박 그리고 훈련장 대관 일정을 변경하지 못하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스프링캠프 연장을 가장 먼저 택한 구단은 KIA 타이거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 중인 KIA는 28일 “선수단은 당초 다음 달 7일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늦춰 15일과 16일 양일간 귀국하기로 했다. 연장 기간 플로리다 포트마이어스테리파크 구장에서 훈련과 추가 연습경기 등을 진행해 시범경기 공백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IA처럼 홀로 호주(애들레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도 고민이 깊어졌다. 롯데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 선수단이 다음 달 초 귀국할지, 아니면 현지 일정을 연장할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면서 “다만 연습경기가 문제다. 현재 호주에는 KBO리그 구단은 우리뿐이다. 현지에서 마땅한 상대를 구하지 못하면 더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개막을 앞두고 1군과 2군 전력을 추려야하는 상황에서 다른 구단의 1군급 선수와 전력으로 투타 대결을 해봐야 객관적인 선수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구단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kt와 NC의 24일 연습경기 장면. ⓒkt 위즈
◆투산 리그는 운명공동체 될까

외로이 떨어져 있는 롯데, KIA와 달리 애리조나 투산에서 나란히 둥지를 틀고 있는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 kt 위즈는 공조를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른바 운명공동체 ‘투산 리그’의 조직 가능성이다.

SK와 kt는 키노 스포츠콤플렉스를 나눠 쓰고 있고, NC는 차로 10분 떨어져 있는 거리의 에넥스필드를 전지훈련지로 사용하고 있다. 한데 모여있는 세 구단은 자체 평가전을 치르면서 전력을 점검하고 있는데 시범경기가 취소되면서 현지 일정을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kt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국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계속해 접하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보다는 미국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면서 “시범경기가 취소된 만큼 연습게임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일단 세 구단이 각각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전지훈련 연장으로 의견이 모이면 귀국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로 귀국하는 팀들도 근거리 지역에 있는 팀들끼리 연습경기 일정을 잡기 위해 다른 구단과 긴급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산과 LG, 키움이 연습경기 상대가 돼 ‘서울 리그를 치르거나, kt가 귀국하면 ‘수도권 리그를 형성할 수도 있다.

지방 팀들도 장거리 이동을 피하고 가까운 지역의 팀과 연습경기 일정을 잡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10개 구단 선택은?(29일 오후 1시 현재)

두산(일본 미야자키)=예정대로 귀국(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8일)

SK(미국 애리조나)=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8일)

키움(대만 가오슝)=예정대로 귀국(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10일)

LG(일본 오키나와)=예정대로 귀국(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11일)

NC(미국 애리조나)=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8일)

kt(미국 애리조나)=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8일)

KIA(미국 플로리다)=전지훈련 8일 연장(귀국 변경일 : 3월 15~16일)

삼성(일본 오키나와)=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6~7일)

한화(미국 애리조나)=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11일)

롯데(호주 애들레이드)=전지훈련 연장 고민 중(당초 귀국 예정일 : 3월 5일)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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