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부산 kt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즌 도중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이 줄줄이 귀국 러시를 이루고 있다. KBO리그 각 구단들은 시범경기까지 전면 취소되자 외국인선수들이 동요하지나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예리 디자이너

지금 국내 프로스포츠는 그야말로 '코로나19 포비아' 정국이다. 현재 시즌이 한창인 남녀 농구와 배구는 모두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당장 개막을 앞뒀던 축구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른 종목들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던 KBO도 결국 코로나19의 마수 앞에서 27일 시범경기 전면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 악화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달 열릴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와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정규시즌 개막 연기가 결정된다면, 더욱 거센 후폭풍이 몰려올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사회적인 문제로 커진 코로나19가 프로야구계 전반으로 끼칠 악영향 그리고 직격탄을 맞게 된 KBO리그의 분위기와 대응책, 우리나라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일본프로야구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선수는 없다."

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은 아직 큰 동요가 없다. 미국과 일본, 호주, 대만 등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어 지금까지는 코로나19 공포를 체감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상황들이 달라지고 있다. 프로농구(KBL) 외국인선수들의 귀국 러시가 이어지면서 KBO 각 구단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L 부산 kt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32)이 26일 코로나19를 이유로 팀을 떠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행동으로 옮긴 선수가 나오면서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반응들이 이어졌다.

실제로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바이런 멀린스(31)는 하루 뒤인 27일 더햄과 같은 이유로 구단에 '자진 퇴출'을 요청했다. 이미 더햄을 내보낸 kt는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고양 오리온 보리스 사보비치(33)도 27일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 코로나19 공포감이 크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갔다.

▲ 삼성 연고지인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다행히 현재까지 동요 없이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 KBO리그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 분위기는?

프로농구 kt와 마찬가지로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더 유심히 관련 기사들을 확인하고 있다. 롯데는 현재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농구의 경우 지금 선수들이 한국에서 지내고 있고, TV로 뉴스를 계속 확인하다 보니까 불안감이 더욱 커져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NC 다이노스도 한국 입국을 거부하는 선수는 지금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가기로 했던 선수들은 고민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는 아내가 임신 중이라서 더 깊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한 외국인 선수가 없지만, 캠프를 마치고 입국한 뒤는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KBO가 27일 다음 달 14일 개막 예정이었던 시범경기 모든 일정(50경기)을 취소하기로 해 선수들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KBO 시범경기 전체 일정이 취소된 경우는 1983년 첫 시행 이후 처음이다. 

29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2931명까지 늘어났고, 사망자는 16명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인 대구, 경북 지역에만 확진자가 2524명(86.1%)에 이른다. 코로나19 위기 경보는 23일부터 최고 단계인 '심각'까지 격상됐다. 

삼성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걱정을 사고 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는 한국 선수들도 민감해 하는 문제라 외국인 선수들도 신경은 쓰고 있지만, 크게 동요하진 않고 있다"고 알렸다.

▲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생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아내는 미국에서 그대로 생활하고, 본인만 한국에 가는 게 나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NC 다이노스
◆ "KBL 외국인선수 귀국 러시 남의 일 아냐" KBO 구단들 촉각

KBO 10개 구단은 다음 달 6일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삼성(일정 연장 가능성도 있음)을 시작으로 하나둘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때까지 코로나19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KBO리그에서 전력상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대부분 각 팀의 원투펀치와 중심 타자를 맡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면 프로농구처럼 이탈하는 선수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현재 해외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KBO A 구단 운영팀장은 "아무래도 KBL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에 있다보니 코로나19 공포를 더 가까이서 느끼게 되고, 특히 관중도 없이 경기를 치르면서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진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개인적인 느낌을 전하면서 "지금까지 우리 구단 외국인 선수들은 다행히 별다른 내색을 안 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가서 정규시즌 개막이 연기된다든지 하면 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다.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각 구단들도 외국인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아마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며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가 모두 30명이나 된다. KBL 외국인 선수들처럼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종목은 달라도 외국인 선수들끼리 친분이 있는 선수도 있고, 같은 에이전트 회사를 두고 있는 선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얘기를 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다. 이미 KBO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고국으로 돌아가는 KBL 외국인 선수들의 소식을 접한 선수도 있을 것이다. 별 일 없기를 바라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구단의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한 구단의 한 해 농사까지 망칠 수 있다. KBL 외국인선수들의 귀국 러시를 보는 KBO리그 구단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