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루이스는 10년 이상 김광현의 지켜본 끝에 결국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32)을 10년 이상 지켜본 팀이다. 첫 번째 포스팅 당시에는 구체적인 제안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김광현과 2년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보장 800만 달러,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100만 달러의 비교적 좋은 조건이다. 그렇다면 세인트루이스의 내부 보고서에는 어떤 평가가 적혀 있었을까.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의 21일(한국시간) 보도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 총괄 담당자로 오래 일한 맷 슬레이터는 “그는 굉장히 전율적이고 역동적인 투구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떠올린다. 하지만 당시는 김광현을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프로 3년차가 되는 투수였다.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꾸준하게 김광현을 관찰하며 데이터를 쌓았다. 슬레이터는 “존 모젤리악 사장에게 ‘우리가 김광현을 영입할 테니 800만 달러를 주세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면서 대신 그간 쌓인 정보를 총망라해 1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큰 돈을 쓸 생각이 없었던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의 활용성에 베팅했다.

이런 세인트루이스의 확신을 더한 경기는 지난해 9월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던 두산과 경기였다. 당시 김광현은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만 던진 뒤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세인트루이스는 일기예보상 김광현이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는데, 1이닝을 전력투구로 잡아내는 것을 봤다. 스카우트인 제프 이시이는 “당시 그는 다이너마이트였다”고 회상했다.

꼭 선발로 자리를 잡지 못해도, 불펜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시 경기로 확인한 셈이다. 이는 영입 급물살로 이어졌다. 모젤리악 사장은 “아주 좋은 전체적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차선책이 무엇일까를 따져볼수록, 김광현이 훨씬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시이가 제출한 리포트에는 “생명력 있는 패스트볼이 플러스 수준이고,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는 슬라이더,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섞을 수 있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총명하다. KBO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 투수로 발전하는 모습을 봤고, 이런 능력을 통해 빅리그 타자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혔다. 그렇게 세인트루이스는 협상을 진행한 끝에 김광현의 도장을 받아냈다.

그런 세인트루이스의 선택은 지금까지 적중하는 모양새다. 세인트루이스는 선발이나 불펜 모두 좌완이 부족했다. 김광현이 아주 좋은 영입이 된 셈이다. 여기에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부상으로 개막 대기가 좌절되면서 김광현의 전략적 가치도 더 커졌다. 김광현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10년의 관찰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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