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훈련을 함께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 김태훈(왼쪽)과 김택형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지난 1월, 미 플로리다주의 한 시설에서 재활 및 개인 운동을 함께했던 김태훈(30·SK)과 김택형(24·SK)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운동에 대한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어느 날 김태훈은 김택형에게 “작년에는 형이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김택형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묻자 김태훈은 그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짐을 털어놨다. 곰곰이 듣고 있던 김택형도 선배의 진심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김택형이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김태훈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훈은 지난해 마무리로, 김택형은 좌완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보직은 둘 다 얼마 가지 못했다. 김태훈이 마무리 보직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은 원래 자리인 좌완 셋업맨으로 돌아갔다. 김태훈은 “내가 다시 중간으로 가는 바람에 그때까지 잘 던지고 있던 택형이의 경기 출전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택형이가 감을 잃었고 부진에 빠졌다”고 자책했다.

마무리에서의 실패는 김태훈 개인적으로도 기억하기 싫은 일이다. 그러나 김태훈은 자신의 실패가 아끼는 후배의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 더 마음 아팠다. 시즌 중에는 이런 것을 이야기할 시간도 부족했고,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잊지 않고 뒤늦게나마 미안함을 전한 것이다.

김택형은 오히려 농담으로 응수했다. 김택형은 개인훈련 당시를 떠올리며 “(하)재훈이형은 보고 안 좋은 점을 잘 알려주셨다. 그런데 태훈이형은 그냥 ‘응, 안 좋아’하고 가더라”고 웃으면서도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태훈이형이 많이 미안해하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태훈이형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생각해주니까”고 싱긋 웃었다.

그런 두 선수는 체계적인 재활 및 개인 훈련으로 더 강해졌다. 두 선수는 “운동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에 40~50분을 쉬지 않는 프로그램이 두 번이나 있었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런 힘든 과정이 있어서 그랬을까. 두 선수는 쾌조의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훈은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이적으로 선발 한 자리가 비었고, 김태훈은 그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다. 김태훈은 작년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면서 모처럼 찾은 선발 기회를 살리겠다고 벼른다. 2년간 그를 괴롭혔던 팔꿈치 뼛조각을 말끔하게 제거한 김택형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각오를 다진다. 수정을 한 폼도 이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코칭스태프의 합격점을 받았다.

김태훈은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각오다. 선발 전환 실패는 다시 불펜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김택형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택형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김택형은 “태훈이형이 선발에서 실패하면 이번에는 중간에 자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잘해 태훈이형을 2군 선발로 보내겠다”고 껄껄 웃었다. 속마음과 진심을 확인한 두 좌완 듀오가 서로를 바라보며 힘찬 시동을 걸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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