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주온은 150km를 던질 수 있는 선수로 구단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7년 11월 22일.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마친 염경엽 단장(현 감독)은 “뽑고 싶은 선수를 다 뽑았다”고 만족했다. SK는 1라운드에서 강지광, 2라운드에서 김주온, 3라운드에서 허도환을 지명했다.

허도환은 백업 포수로 가치가 있었다. 이홍구가 군에 입대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선수였다. 강지광은 지명 전부터 “투수로 키우겠다”는 확고한 계획이 있었다. 이해가 되는 지명이었다. 그런데 김주온은 의외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투수였다. 염 단장은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재밌는 사연이 있다. 정작 지명을 받은 김주온은 자신의 이적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 소속구단인 삼성, 현 소속구단인 SK에서도, 심지어 선수의 부모님과 친구들도 연락을 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당시 김주온의 신분은 ‘군인’이었다. 그것도 ‘훈련병’이었다. 계속 유연해지고는 있지만, 훈련소는 방침상 외부와 연락이 상당 부분 차단되기 마련이다.

김주온은 “지명 당일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이적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고 웃었다. 김주온은 이적이 확정되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부모님과 지인들의 ‘손편지’로 자신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이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주온은 “사실 예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SK랑 할 때 유독 잘 던졌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주위에서 ‘너 2차 드래프트 때 SK로 갈 수도 있겠다’는 농담을 들은 적은 있다”고 떠올렸다.

현역으로 입대했다. 약간의 팔꿈치 통증도 있었고, 군 문제를 빨리 끝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강원도의 한 최전방 사단에서 영상감시병으로 복무했다. 위험한 곳에다 일과의 강도도 높다보니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좋지 않았다. 김주온은 “캐치볼도 못했고 웨이트트레이닝이 전부였다. 최전방이다보니 세 명만 들어가도 웨이트실이 꽉 찼다. 그래도 선임들이 많이 이해를 해주셨다”고 웃었다. 

역설적으로 그런 2년 가까운 생활은 야구에 대한 절박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 제대한 김주온은 보강운동을 시작으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2년간 제대로 운동을 못했기에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김주온은 “재활군에 합류해서 당장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천천히 몸을 끌어올렸다.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캔버라 유망주캠프 명단에서는 마지막에 미세한 부상으로 빠졌다. 김주온은 “큰 통증은 아니었는데 너무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렸다.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착실히 운동을 했다. 일단 몸을 최대한 잘 만들며 올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온은 “SK 투수 선배들은 다들 확실한 루틴들이 있더라. 그런 것들을 빨리 배우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캔버라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는 자체로 구단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비교적 건장한 체격에 힘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김경태 퓨처스팀(2군) 코치는 "SK에 와서는 공을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삼성에 있을 때는 구위가 참 좋았던 선수로 기억한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지명 당시 SK가 기대했던 ‘150㎞’의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김주온은 “스피드는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미 던져본 적이 있고, 입대 전보다 몸 상태는 더 좋다. 생각도 바꿨다. 김주온은 “장점보다는 제구 등 안 좋았던 점만 자꾸 파고들었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면서 “이제는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을 달리하겠다.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년 전 그 훈련병이 SK 마운드의 히든카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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