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KBO 홍보대사가 1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KBO
[스포티비뉴스=대전, 고봉준 기자] 2020년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16일 대전컨벤션센터. 이날 행사장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44)이었다. 현재 KBO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이승엽은 갓 프로의 문턱을 넘어선 후배들에게 한 시간 동안 진심 어린 경험담과 조언을 건넸다.

‘선배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이승엽은 이날 자리한 10개 구단 약 100여 명의 신인들에게 “1995년 입단해 2017년 은퇴한 이승엽입니다”고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자리에서 신인들을 보니 다시 현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간 현역으로 뛰면서 좋은 일, 좋지 않은 일이 참 많았지만, 결국 야구선수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웃으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2003년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인 56개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국민타자로 자리매김한 이승엽은 정규리그 MVP 5회, 한국시리즈 MVP 1회, 골든글러브 10회 수상이라는 업적을 남긴 전설 중의 전설이다. 그러나 전설의 출발도 여느 동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승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로 와서였는지 허황된 꿈이 많았다. 무작정 최고의 선수가 돼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데뷔를 하자마자 현실을 깨달았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고, 인성이 훌륭한 선배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데뷔 순간을 떠올렸다.

솔직한 고백도 있었다. 이승엽은 “사실 데뷔 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2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2군 선수들의 어려움을 잘 몰랐다”면서 “그러나 일본에선 사정이 달랐다. 2군에서 오래 있어 보니 어려움을 알게 됐다.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더라. 그제야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슬럼프를 이겨내는 과정도 이야기했다. 이승엽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야구 외적인 취미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야구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방법이다”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전설이 택한 방식은 후자였다. 이승엽은 “23년간 연습을 미칠 때까지 했다. 몸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하면 몸은 힘들지언정 다음 날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일본에서도 한 코치가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 연습을 하라’고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 10개 구단 신인 선수들이 16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승엽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KBO
1시간가량 이어진 대선배의 강연을 귀담아듣는 후배들의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다음 달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살 새내기부터 대학 혹은 다른 무대를 거쳐 KBO리그로 데뷔하는 20대 중후반 청춘들까지. 모두 이승엽이라는 존재를 TV 너머로만 지켜봤던 이들은 선배의 경험담을 새겨듣는 모습이었다.

이승엽은 끝으로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플레이도 중요하다. 요새 상대를 자극하면서 팀 분위기를 살리는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동료들끼리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다만 이곳은 살벌한 경쟁 사회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야구에는 선후배가 없다”고 끊임없는 노력을 당부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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