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등을 지키는 게 탈환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한 발짝 더 뛰고, 땀 한 방울 더 흘리는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팬들이 원하는 것."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2020년 시즌을 시작하는 각오를 다졌다. 전풍 두산 대표 이사는 김태형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악착같이 뛰었을 때 팬들도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해온 것처럼 열정과 끈기로 많은 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두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챔피언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우승을 했으니까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 시즌 구상을 밝혔다. 

◆ 주장은 오재원

주장은 올해도 오재원이다. FA 신분인 오재원은 아직 두산 소속이 아니다. 김 감독은 그런데도 차기 주장을 묻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오재원"이라고 답했다. FA 계약을 아직 마치지 않았다고 되묻자 "계약하지 않겠나. 그럼 계약하면 오재원"이라고 답하며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누누이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주장은 오재원이라고 말하곤 했다.

두산 선수단 가운데 오재원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 타격 슬럼프 속에서도 팀을 생각하며 끝까지 주장 임무를 다한 오재원을 고마워했다. 키스톤콤비 김재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우리 팀은 캡틴이 잘해야 살아난다. 역시 주장은 주장"이라며 엄지를 들었다. 

오재원은 현재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덕 래타 코치에게 3년째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두산과 계약은 세부 조항 조율만 남긴 상태다. 이달 말에 귀국하면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 두산 베어스 1990년생 트리오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왼쪽부터). '90 트리오'는 2021년에도 함께 웃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 곽혜미 기자
◆ FA 로이드? 팀이 먼저

지금까지 확정된 두산 예비 FA는 모두 9명이다. 내야수 김재호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 외야수 정수빈, 투수 유희관 이용찬 권혁 장원준이다. 다가올 겨울이 걱정스럽지만, 당장 시즌은 FA 로이드로 우승권 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관계자들이 많다.

김 감독은 FA가 한꺼번에 몰린 상황과 관련해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다들 알아서 잘할 것이다. 부담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동기 부여가 된다"며 걱정은 시즌이 끝나고 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은 일단 팀 성적이 먼저라는 반응이다. 허경민은 "올해가 우승할 기회라는 말에 동의하는데, FA가 많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FA가 아닌 팀을 보고 야구를 해야 한다. 나만 생각하는 야구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마음으로 시즌을 보내는 동료가 있다면 감히 내가 지적하기 힘들지 몰라도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팀이 잘해야 개인 가치도 올라간다"며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 빈틈없는 선발 로테이션

선발 로테이션에는 빈틈이 없다. 올해 새로 영입한 크리스 프렉센-라울 알칸타라 원투펀치에 유희관-이용찬-이영하까지 5명을 모두 확정했다. 좌완은 유희관이 유일하다. 부상으로 이탈한 좌완 장원준은 이제 훈련을 시작하는 단계라 복귀 시점을 가늠하긴 이른 상황이다. 

프렉센과 알칸타라가 올해 두산 전력의 가장 큰 변수다. 프렉센은 KBO리그 적응부터 시작해야 하고, 알칸타라는 지난해 kt 위즈에서 한 시즌을 뛰었으나 두산과 팀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2018년 33승, 2019년 29승을 합작한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울지가 관건이다. 

국내 선발진은 모두 검증된 선수들이다. 유희관은 7년 연속 10승과 함께 두산 좌완 최다인 87승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이용찬은 2018년 15승을 거두고 지난해 7승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역시나 노련한 프로 13년째 투수다. 이영하는 풀타임 첫해였던 지난해 17승을 거둔 흐름을 이어 간다면 더할 나위 없다.

▲ 2020년 두산 불펜 핵심은 김강률이다. ⓒ 곽혜미 기자
◆ 2020년 불펜 좌우할 김강률

올해도 역시나 걱정은 불펜이다. 김 감독은 최근 3년 동안 스프링캠프에서 필승 조를 꾸리는 작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지난해는 강속구 투수 김강률과 곽빈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고민이 더 깊었다. 

올해는 김강률이 돌아온다. 개막 엔트리에도 충분히 들 수 있는 몸 상태다. 김 감독은 "지금 하프 피칭을 하고 있다. 김강률이 시즌 초반부터 정상적으로 자기 몫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김강률에게 기대를 하고 있고, 올해 불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무리 투수는 이형범이 계속한다. 김 감독은 "불펜 가운데 기복이 가장 없는 편"이라며 이형범을 향한 믿음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김승회, 이현승, 권혁, 윤명준, 함덕주, 박치국, 최원준 등이 1군 불펜 전력으로 버티고 있다. 곽빈도 팔꿈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면 올 시즌 중에는 잠실 마운드로 돌아올 전망이다.

◆ 베스트9은 그대로

베스트9은 지금으로선 변동의 여지가 없다. 내야수 오재일-최주환(오재원)-김재호-허경민, 외야수 김재환-정수빈-박건우, 지명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포수 박세혁까지 그대로다. 구성에 변화가 없는 만큼 타순도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번타자 김재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원하는 계약 조건을 찾지 못해 두산에 남았다. 김 감독은 "올해도 잘 준비하면 얼마든지 다시 갈 수 있다. 실망하지 말고 잘 준비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다. 올 시즌 자기 몫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다독였다.  

▲ 2020년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호주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규빈. 창단 기념식에서 선수단에 인사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 질롱은 미래, 미야자키부터 진짜  

두산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호주 질롱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다음 달 23일부터 3월 8일까지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김 감독은 두 캠프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잡았다. 1차 캠프는 미래 확인, 2차 캠프는 실전이다. 

김 감독은 "호주에서는 젊은 투수 위주로 확인하려 한다. 다음 시즌 1군에 합류할 선수가 필요하다.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젊은 투수 중에서 1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청백전을 해야 하니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인원으로 데려갈 예정이다. 명단은 거의 확정하고 1~2명 정도 고민하고 있다. 그 시기 몸 상태면 9회까지 진행하긴 어렵고, 6~7회 정도 하게 될 것이다. 호주 팀과도 2경기 정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신인 가운데는 2차 1라운드 지명 포수 장규빈이 유일하게 1차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규빈은 타격 훈련에만 집중하게 할 예정이다. 

미야자키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즌을 대비한다. 호주 캠프보다 인원을 줄이고, 개막 엔트리에 합류할 선수들 위주로 꾸릴 예정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은 미야자키 캠프에서 치를 경기에 맞춰 몸을 만든다. 지난해 공을 많이 던진 투수들이 많아서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않게 하려 한다. 야수들은 호주부터 청백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든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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