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돌풍을 일으키던 2017년 10월,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부산 야구팬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434-578-837 그리고 10…. 다사다난했던 지난 10년, 또 다른 비밀번호를 받은 롯데 자이언츠가 이제 새로운 2020년대를 맞이한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였을까.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시끌벅적했다. 현장과 프런트 그리고 총괄 리더십은 싹 바뀌었고, 한 해 농사의 씨앗을 뿌리는 스토브리그에서도 공격적인 전략으로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변화된 부분만 나열해도 긴 시간이 필요한 2020년 롯데를 향해 5가지 질문을 던졌다.

◆리더십 전면 교체…공은 허문회 감독에게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리더십 전면 교체다. 감독부터 단장, 사장이 모두 바뀌었다. 허문회 감독, 성민규 단장, 이석환 대표이사가 이제 현장과 프런트, 구단 전체를 각각 총괄하게 됐다.

셋 중 스토브리그에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단연 성민규 단장이다. 성 단장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일약 ‘스타 단장’이 됐다. 약점으로 꼽혔던 안방을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했고, FA 내야수 안치홍을 메이저리그식 계약으로 영입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더불어 FA 전준우까지 재계약하며 전력 기틀을 다잡은 롯데. 이제 공은 허문회 감독에게로 넘어온 느낌이다. 구단에서 넉넉한 취임 선물을 준비한 만큼 이제 현장에서 지도력으로 보답할 일만 남았다.

넥센과 키움에서 오랜 기간 코치를 지낸 허 감독은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선수들로부터의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감독과 코치는 무게감이 엄연히 다르다. 감독은 선수단 전체를 컨트롤하는 한편, 프런트와 현장 사이의 가교 노릇도 해야 한다. 또한, 다른 어떤 구단보다 외풍이 심한 롯데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초보 사령탑인 허문회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 디트로이트 시절의 딕슨 마차도(왼쪽).
◆안치홍, 마차도 그리고 전준우

롯데는 오랜 취약점으로 꼽혔던 내야를 보강했다. 준척급 2루수 안치홍 그리고 수준급 유격수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다. 또한, FA 재계약을 한 외야수 전준우를 내야수로 돌릴 계획도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이대호와 신본기, 한동희까지 더해 탄탄한 내야진을 완성할 수 있다.

열쇠를 쥔 이는 마차도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934경기 타율 0.247, 38홈런으로 공격력은 시원치 않지만, 수비만큼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불안한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KBO리그에서 외국인 내야수가 크게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적응 문제도 있지만, 의사소통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야전사령관이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떻게 허무느냐가 롯데로선 핵심 관건이다.

◆불안했던 안방, 지성준이 안정시킬까?

물론 내야진 보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악몽을 꿨던 안방이 남아있다. 롯데는 2019년 폭투를 무려 103개나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불명예. 마운드의 책임도 컸지만, 평범한 공도 빠뜨리는 안방의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올겨울 롯데는 포수 보강을 첫째 과제로 꼽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한화 이글스와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지성준을 데려왔다.

올해로 26살인 지성준은 잘만 다듬는다면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의 대기’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안방이 쉽게 안정될 수 없다는 예측도 따른다. 일단 롯데가 바라는 장면은 경쟁 강화다. 기존 김준태와 나종덕, 정보근 그리고 지성준 등 젊은 포수들이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또 내야가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중책을 맡은 롯데 허문회 감독.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투수들의 성적표는?

새 외국인투수들을 향한 관심도 크다. 롯데는 지난해 외국인 마운드 농사에서 실패를 겪었다. 브룩스 레일리는 5승14패를 기록했고, 제이크 톰슨은 6월 짐을 싸서 출국했다. 중도 영입한 브록 다익손도 3승8패로 신통치 않았다.

롯데의 선택은 전원 교체였다. 우선 지난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우완 아드리안 샘슨을 영입했고, 이어 메이저리그 통산 44승을 거둔 댄 스트레일리를 데려왔다.

신장 189㎝, 체중 95㎏라는 건장한 체격을 지닌 샘슨은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마이너리그에서 던진 146경기 중 선발로 나선 경기가 129게임. 스트레일리를 향한 기대감도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기 때문이다. 최고 구속 150㎞의 직구도 강점이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선수들이 그렇듯 호락호락하지 않은 KBO리그에서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문제다.

◆조용해진 사직 노래방, 재가동될까?

롯데는 2000년대 말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닦아놓은 기틀을 잘 이어받아 2010년대 초반 순항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중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지난해 최하위 불명예를 안으면서 2010년대를 암울하게 마쳤다.

초라한 성적은 관중 지표로도 여실히 증명됐다. 5위 밑으로 떨어질 줄 모르던 평균관중 숫자가 7위(9433명)까지 추락했다. 한때 응원가 소리가 끊이지 않아 ‘사직 노래방’으로 불렸던 홈 사직구장은 지난해 활기마저 잃었다. 최근 동반 침체를 겪고 있는 KBO리그로선 부산 야구의 부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책을 안은 롯데는 과연 새 리더십과 새 얼굴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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