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포그바는 '메짤라 표본'으로 불린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축구는 늘 진화하고 재창조를 거듭한다.

1960년대 세계 최강 브라질에 대항해 만들어진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1980년대 아리고 사키의 사키이즘, 바르셀로나 티키타카를 무너뜨리기 위해 내놓은 위르겐 클롭의 게겐 프레싱 등 포메이션 발전사만 훑어도 축구사가 명료히 정리된다.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 다채롭게 변화하는 포메이션에 맞춰 포지션 또한 모습을 달리해 진화를 거듭했다.

현대 축구 변화상을 보여주는 포지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메짤라(mezzala)다.

이탈리아어인 메짤라는 반(半)을 뜻하는 메조(Mezzo)와 날개를 의미하는 알라(Ala)가 합쳐진 용어. 영미권 매체에서 메짤라를 하프 윙(Half Wing)으로 가리키는 것도 이 같은 어원에서 연유한다.

메짤라는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임무를 두루 소화한다. 경기 상황과 감독 전술적 지시에 맞춰 측면과 중앙을 오간다. 통상적으로 미드필더 3명을 기용할 때 좌우에 배치된 선수를 메짤라라고 부른다.

즉, 이들은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트레콰르티스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선수라 볼 수 있다. 발 밑이 좋은 골키퍼와 최전방 수비수 개념이 장착된 프리마푼타, 빌드업 능력을 지닌 센터백, (상대적으로) 득점보다 연계에 집중하는 펄스 나인 등 피치를 밟는 11명 전원에게 '멀티성'을 주문하는 현대 축구 변화상이 반영된 포지션인 셈이다.

메짤라 기용으로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뚜렷하다. 경기 흐름이 중앙 싸움으로 가든 측면 다툼으로 흐르든 선수 교체없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 확보가 메짤라 투입 때 얻는 이점이다.

폴 포그바(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메짤라 표본으로 꼽힌다. 메짤라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앙에 주안점을 두고 포백과 포워드 사이 연계와 허리 싸움에서 압박을 중시하는 '중앙 집중형'이 있고, 좌우 측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게 가져가면서 상대 수비 지역 중앙 침투를 즐기는 공격형 메짤라가 있다.

포그바는 전형적인 후자다. 2012년 첫 맨유 생활 실패를 딛고 유벤투스에서 재기에 성공했을 때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메짤라 역할 부여가 큰 몫을 담당했다는 분석이 있다. 홀딩 미드필더보다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가져감으로써 자신의 축구 재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 제임스 밀너
리버풀 역시 메짤라 효과를 누린 팀으로 꼽힌다. 2018년 1월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의 바르셀로나 이적 공백을 메우는 데 메짤라가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이 있다.

당시 클롭 감독은 제임스 밀너(34, 리버풀)를 왼쪽 메짤라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풀백과 윙어,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 소화 경력이 있는 밀너에게 중앙과 측면을 모두 사수하게 했는데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묘수가 됐다.

밀너는 직전 시즌까지 주로 레프트백으로 출전했다. 덕분에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전술적으로 큰 애로사항이 없었다. 되레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다재다능함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 메짤라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밀너가 메짤라 롤을 수행하면서 왼쪽 윙어인 사디오 마네가 조금 더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EPL 최고 연계형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 부담까지도 덩달아 줄어드는 부수효과를 낳았다.

마네와 피르미누가 상대 중앙 지역에서 끊임없이 공을 주고받고 수비 라인을 위협하면서, 연계가 다소 약한 모하메드 살라는 자신의 장점인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한 공간 침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실제 살라는 해당 시즌 44골을 터트리는 '골 폭풍'을 몰아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까지 올랐다.

결과적으로 밀너의 메짤라 기용이 살라의 가공할 득점력으로까지 이어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셈이다.

2017-2018시즌 중간에 팀을 떠나 리버풀 팬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겼던 쿠티뉴 빈자리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리버풀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후반기를 보내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다.

메짤라는 상대적으로 경기장을 넓게 쓸 수 있는 포지션이다. 프리롤에 가까운 자율성도 부여되는 매력이 있다. 그만큼 언제 리커버리에 들어가고 언제 중앙으로 침투하며 어느 타이밍에 측면으로 돌아나가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안이 많아 선수 개인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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