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오지환이 FA 잔류를 결정했다. 세 번의 협상 뒤 구단에 '백지위임'을 선언하면서 잔류 의지를 보였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백지위임하려고요.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걱정해주는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뜻밖의 얘기. 그러나 오지환의 목소리에서 후회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지환은 FA 계약에 앞서 이미 구단과 더 이상의 줄다리기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차명석 단장이 7일 미국 출장을 떠나기 때문에 그 전에 구단에 '백지위임' 의사를 전하고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가 컸다. 오지환 측과 차명석 단장은 5일 오후 네 번째 협상에 들어갔고, 이 자리에서 선수 의견이 전달됐다. 

11월 한 달 동안 차명석 단장과 오지환의 에이전트는 딱 세 번 만났다. 협상에서 한 번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것은 아닐텐데, 이 한 달 동안 오지환과 LG 구단은 많은 뒷얘기에 시달렸다. 

오지환이 전례없는 초장기 계약과 무리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오지환 측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계약기간 6년에 대한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 29살인 나이와 그동안 큰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어왔다는 점, 자타공인 LG 프랜차이즈 선수인 점을 감안한 협상안 가운데 하나였다는 얘기다. 오지환은 "4년 50억원 수준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 LG 오지환. ⓒ 곽혜미 기자
오지환은 "LG 아닌 유니폼을 입은 저를 상상하기 어려우실 것 같다. 저 역시 그렇다. 6년 이라는 얘기는 팀에 오래 남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가족을 생각해야 한다. 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동료들도 가끔씩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가족에게, 에이전트에게, 팀에 피해를 줄 수 없어서 백지위임을 결심했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빨리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리수일 수도 있다. 방출 선수가 새 팀을 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FA 계약이다. 오지환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카드를 꺼내 구단에 공을 넘긴 셈이다. 구단이 3차 면담에서의 최종 제안을 그대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고, 최악의 경우에는 더 낮은 금액을 다시 제시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나 오지환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명석 단장님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신다고 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었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차명석 단장은 "곧바로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선수 의견은 확인했다. 잘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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